[리뷰] 작은 균열에도 무너질 수 있는 청소년기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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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작은 균열에도 무너질 수 있는 청소년기의 정체성

메디먼트뉴스 2025-04-07 16:10:04 신고

*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클로즈' 공식 포스터
영화 '클로즈' 공식 포스터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영화 ‘클로즈’는 루카스 돈트 연출 및 공동 각본의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영화이다. 영화 ‘클로즈’는 두 13세 소년, 레오(에덴 담브린)와 레미(구스타브 드 와엘)의 친밀한 우정이 사회의 고정된 시선 속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그로 인한 상실과 죄책감, 그리움을 담은 작품이다. 13세라는 성장기, 청소년기에서 겪는 감정과 충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13세 소년, ‘레오’와 ‘레미’가 친구들 사이에서 관계를 의심 받기 시작한다. (“너희 둘이 사귀니? 친구라기보단 너무 가까워 보여서.”) 레오는 부정했고 레미는 침묵했다. 장난기 섞인 농담 반 진담 반 그 사이에서 나오는 낯선 시선으로부터 무엇으로도 깰 수 없어 보이던 둘의 우정이 깨지기 시작한다. 둘은 서로에게 거리를 두게 되고 레오와 떨어져 혼자가 된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든다. 레오는 레미에게 냉랭한 태도를 유지하며 어떠한 질문에도 침묵한다. 둘의 균열은 점점 깊어져 가며, 유년 시절의 상실과 그리움을 보여준다. 

 

13세.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나이, 한창 성장통을 앓을 나이이다. 이 나이에는 꼭 겪는 상실의 시간이 있다. ‘친구’이다. 이 나이 때는 친구가 그렇게도 소중하고 나보다, 가족보다 친구가 먼저다. 친구 하나를 잃는 순간 내 세상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내 전부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성장통 만큼이나 그렇게도 아픈 상실감이 찾아온다. ‘레미’가 레오를 잃고 자신의 형체를 영원히 지우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처럼. ‘레오’가 없는 레미의 세상이 그렇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철학적 접근으로 바라보았다. ‘레미’의 죽음은 단순히 우정이 깨어지는 의미를 넘어서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정체성이 충돌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적 규범, 낯선 시선이 없었던 레오와 레미의 세상에서는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친밀감이 사회적 규범과 충돌하게 되면서 파괴되었다.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을 두 소년이 주변의 시선을 중심으로 관계를 규정짓게 되면서 멀어지게 된 것처럼. 

무엇보다 영화 속 세계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세계이다.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레오의 장면이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사실 적성에 맞아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 배우는 것은 아이스하키를 남성성 표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레오는 자신의 남성성에 대해 알지 못한다. 레오는 사회적 규범과 타인으로 인해 레미도 잃고 이제는 자기 자신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규범과 압박이 주는 파괴성에 대해 볼 수 있다.

 

레오는 레미의 죽음 이후 죄책감에 빠진다. 이 죄책감은 친구를 잃은 상실감에서 오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 소년의 죽음의 원인이라는 자책에서도 나온다. 이 영화는 결말까지 가서도 이 죄책감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어머니 소피에게 자신의 죄책감에 대해 고백해보지만 소피는 그저 안아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다. 레오는 이 죄책감과 그 소년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아마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되어서도, 어엿한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용서해줄 그 소년, 레미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고백을 해도 용서를 빌어도 그 대상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허공에 맴돌 뿐이다. 

결말에서 레오는 오프닝처럼 풀밭을 달린다. 오프닝에서는 레미도 함께였지만 이제 그 소년은 없다. 레오는 레미를 그리워하며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레오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청소년기에 겪은 상실의 아픔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정’이라는 키워드로 상실을 보여주며 단순히 그 안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적 시선으로도 뻗어나가는 것이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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