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관장이 ‘언더독의 반란’을 꿈꾼다.
정규리그 3위(승점 64) 정관장은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5전 3승제) 4차전 흥국생명과 홈 경기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정관장은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다. 정관장은 기세를 이어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승리해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에 통산 4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각오다.
사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정관장보다 정규리그 1위(승점 81)로 통합 우승을 노리는 흥국생명에 더욱 초점이 맞춰졌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까닭이다. 실제로 김연경은 1~2차전 2경기에서 38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홈에서 열린 2경기서 2승을 선취, 우승 트로피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김연경은 2차전 종료 후 “팬들도 우리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대전 원정에서 마무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정관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천에서 1~2차전을 내줬으나 홈에서 열린 3~4차전을 내리 따내며 기어이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갔다. 정관장은 염혜선을 비롯한 주포 메가, 부키리치, 박은진 등 핵심 전력이 부상에 시달리며 온전한 전력을 꾸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3차전 1세트부터 무릎 통증을 호소했으나 끝까지 코트를 지키며 승리를 이끈 염혜선의 투혼을 비롯해 모든 선수가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특히 메가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3차전 40점, 4차전 38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를 거친 정관장은 최근 2주 사이 7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오른쪽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빛난 메가의 투혼으로 대전 충무체육관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악역’을 자처한 정관장은 주인공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 역시 메가의 활약에 엄지를 들었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고희진 감독은 “메가의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경기를 치르고 있다”며 “위대한 선수다. 프로배구 역사에 기억될 이름이다”라며 치켜세웠을 정도다, 그러나 메가는 겸손했다. 그는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저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동료들에게도 고맙다. 염혜선이 저를 믿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덕분에 저도 빛날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메가는 완벽한 컨디션이 아님에도 5차전 최선을 다짐했다. 그는 “긴 시즌이 끝났다. PO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끝까지 해보자는 각오로 견디고 있다. 강한 정신력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몸도 반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장 염혜선 또한 “4차전 승리로 어쩌면 주인공이 우리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악역으로 끝나지 않고, 악역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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