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대미 수출이 대폭 감소가 예상되는 등 주요 수출 산업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조선업과 전력기기 산업은 예외적으로 그 피해를 비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양 산업 모두 미국 시장 내 수요 확대와 중국 견제를 틈타 반사이익을 누리거나, 현지 전략을 통해 미국발 관세 폭탄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으로 국내 타 산업들이 타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3월 세계 선박 발주 시장에서 한국이 82만CGT(표준선환산톤수)를 수주하며 점유율 55%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36%를 크게 앞서는 수치로,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대형 선박 위주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시중 은행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인한 대미 수출이 13%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며 손실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조선업계는 선방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 조치 속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국산 선박에 최대 150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하는 것이 한국 조선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글로벌 발주처들이 중국 대신 기술력과 신뢰도가 높은 한국 조선사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기회를 일시적인 반사이익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자율운항 기술, 친환경 연료 선박 등 미래형 선박 분야에 대한 선제적 R&D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현재 한국 조선사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아직 1% 미만에 머물고 있어, 중국의 빠른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
한편 전력기기 산업 역시 미국의 관세 강화 조치 속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초고압 변압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지만,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현지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덕분에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일진전기와 LS일렉트릭은 각각 16.87%의 관세를 부과받았지만, 전체 수출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력기기 업계는 미국 내 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고압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내 전력 기기 노후화로 인한 변압기 교체 수요 역시 큰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변압기는 전체 수출액 40억7247만달러 중 44%인 18억2361만달러 규모나 된다.
현지에서는 이미 변압기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에너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과 인허가 완화 조치를 적극 검토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 현지 공장을 확보한 한국 전력기기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관세 조치에서 일부 기업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전체적인 시장 전망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K전력’ 브랜드가 미국의 에너지 산업 전환과 전력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미국의 전력기기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자동차 등 타 산업에 비해 변압기를 포함한 전력기기 전반에 대한 실제 수출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관세 리스크 속 한국 기업들이 자국 내 생산·기술력을 미국 현지와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통해 관세 장벽을 돌파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미국 시장 공략 전략에서도 중요한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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