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관세 부과 대상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 중 하나가 러시아다.
미국 현지 매체 '악시오스'는 러시아가 이미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에 "의미 있는 무역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의 설명을 인용하는 한편 쿠바, 벨라루스, 북한 또한 이번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레이딩 이코노믹스'가 인용한 UN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량이 1100만달러(약 161억원)인 시리아처럼 대미 교역 규모가 이보다도 훨씬 더 적은 국가들도 이번 관세 부과 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시작 이후 러시아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종전 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 고위 관료들은 미국 측과의 만남을 위해 이번 주 워싱턴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관세 50%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한편 지난 3일 러시아 언론들 또한 기존 제재로 인해 자국이 미국의 전면적인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영 TV 채널인 '로시아 24'는 "러시아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이는 특별 대우가 아니다. 이미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자매 채널인 '로시아 1'은 러시아가 이번 명단에서 빠지며 "서방의 많은 이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렘린궁이 통제하는 여러 언론 매체들은 특히 "우리는 러시아, 벨라루스와 거래하지 않는다. 그들은 제재 대상"이라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미 '폭스 뉴스' 간 인터뷰 내용을 언급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러 수입품은 35억달러(약 5조1230억원) 규모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와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비료, 핵연료, 금속이 대부분이다.
친크렘린 성향의 NTV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을 오직 "앓는 소리" 외에는 별다르게 반응하지 못하는 "농노" 취급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일부 러시아 언론은 조롱하는 듯한 어조를 취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운영하는 '즈베즈다 TV' 등 여러 매체는 인도양 남부의 무인도인 허드 맥도널드 제도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즈베즈다 TV는 "(이 제도에 매겨진) 10% 세금은 아마도 펭귄들이 낼 모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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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크라이나는 대미 수출품에 10%의 관세를 맞게 되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수석부총리는 미국의 이번 새로운 관세는 대부분 소규모 생산업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더 나은 조건을 얻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비리덴코 부총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기준 미국에 8억7400만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하고, 34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스비리덴코 부총리 "우크라이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파트너로서 미국에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공정한 세금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작지만, 이번 러시아와의 전쟁에 있어 미국은 물질적으로 중요한 지원국이었다. 트럼프는 미국이 이러한 대우크라이나 지원에 3000억~3500억달러를 지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 국방부는 1828억 달러가 "책정되었다"고 밝혔다. '아틀란틱 리졸브' 작전을 위한 유럽에서의 미군 훈련비와 미국 방위 물자 보충을 포함한 금액이다.
또한 미국은 이번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광물에 대한 접근권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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