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미국의 관세 폭탄이 사실상 전세계를 향한 공급망의 포괄적 재협상 요구로 분석되면서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해결의 핵심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조선 및 에너지 등 전략 산업 협력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일(현지시간) 관세 조치는 미국이 교역국들과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재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는 ‘수정 권한(modification authority)’이 포함돼 있어, 해당 국가가 미국의 요구에 성실히 응할 경우 관세를 낮출 수 있는 여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미 관세 협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국가 통상 컨트롤 타워가 더욱 불안해지자 신속한 정상 외교 복원을 통한 트럼프 관세 폭탄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4일 성명을 통해 “최악의 글로벌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공식, 비공식 외교적 채널을 전면 가동해야 한다”며 “민간 외교관인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효율적 협력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금 워싱턴은 트럼프 대통령 중심의 ‘톱다운(Top-down·상의하달)이라, 정상 대 정상이 만나 한국 관세율이 실제 얼마이고 공산품은 거의 제로라는 걸 직접 보여줘야 효과가 있는데 지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정치 환경이 안정돼 협상에 힘을 실어줄 체제가 돼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대미 정상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 카드로는 미국이 강하게 협력을 요구해온 △조선 △LNG 등 이른바 전략산업 분야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한국은 선박 건조와 운송·수입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아우를 수 있는 파트너다. 특히 알래스카산 LNG는 기존 텍사스산 대비 수송 기간이 3분의 1에 불과해,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도 유리하다.
조선업 역시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쥘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미국은 중국 해군력 증강에 대응해 함정 유지·정비(MRO) 역량이 시급한데, 자국 기술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동맹국 중 이 분야 고급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한 협력 구조는 단순한 산업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 연합’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안보적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한 만큼, 한국은 안보 협력과 산업 기술 기여를 통해 관세 인하 명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브뤼셀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통상 외교 복원 신호탄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 회담에서 미국 측에 상호관세 조치에 대한 깊은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 이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제 중요한 것은 새로운 협의”라며 협상 여지를 열어두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측 제안으로 성사된 회담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유럽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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