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파면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3일째 관저에 머물면서 관저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이나 대국민사과는 없고, 관저 퇴거도 없이 지지자들을 향해서 메시지를 내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 대선 승리를 당부했다.
또, 5일에는 대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과 1시간 가량 독대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줬다"며 대선에 개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6일에도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행위를 지속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극우세력을 선동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윤 전 대통령을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파면 선고 후 연일 지지층 겨냥 메시지.. 국힘 지도부 나경원 등과 회동
윤 전 대통령은 6일 탄핵 심판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자신을 지지해온 탄핵 반대 단체인 '국민변호인단'에 "청년 여러분, 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라며 "오늘의 현실이 힘들어도 결코 좌절하지 마십시오.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십시오"라며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2월 13일 저녁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던 여러분의 첫 함성을 기억한다. 몸은 비록 구치소에서 있었지만, 마음은 여러분 곁에 있었다"면서 "한 분 한 분의 뜨거운 나라 사랑에 절로 눈물이 났다.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파면 선고 이후 두 번째 메시지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된 당일인 지난 4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헌재의 파면 결정을 수용한다는 별도의 승복 메시지는 내지 않고 있다. 또한 12·3 내란사태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저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관저로 방문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에게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또, 5일에는 나경원 의원과 1시간가량 독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 "사죄 없이 헌재 결정 조롱…내란수괴 재구속해야"
이같은 행태에 민주당은 6일 "극렬 지지층을 선동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불복할 셈인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이 또다시 극우세력에 대한 선동을 획책하고 나섰다. 파면 선고 후 첫 입장문보다 더 괴기하다"며 "헌재가 헌정질서를 유린한 불법 계엄을 헌법의 이름으로 단죄했는데도 윤석열은 사죄의 의사도 없이 극우 세력을 선동한다.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고 조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 재판을 앞두고 극렬 지지층을 선동해 자신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내란수괴의 후안무치함에 분노한다"며 "본인과 김건희 여사의 안위를 위해 나라가 결딴나든 상관없이 극렬 지지층만 선동해 폭주를 이어갈 셈인가"라고 꼬집었다.
황 대변인은 "승복도 사과도 없는 윤석열의 관저 정치"라며 "국민의힘 상왕 노릇하며 또 대한민국을 흔들려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은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도, 국가적 퇴행을 불러일으킨 불법 계엄에 대한 사과도 없이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대선 승리'를 운운하고, 탄핵 반대 선봉장이었던 나경원 의원을 만나 '수고했다'며 마치 상왕처럼 노고를 치하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면된 윤석열이 어째서 아직까지 '대통령 관저'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의힘은 국민이 두렵지 않나. 언제까지 내란수괴 윤석열을 전근대적 왕으로 모실 작정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역시 극우의 힘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상왕 윤석열'과 결별하시라"며 "1호 당원 윤석열을 제명하고, 내란을 옹호하며 폭력을 선동하던 자들을 모두 당에서 내쫓으라"고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이 낸 메시지는 용납 못 할 선동으로, 내란 수괴를 재구속할 이유"라며 "법사위 간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흘째 한남동 관저서 칩거.. 9일쯤 퇴거 할 듯
윤 전 대통령이 헌재에서 파면 결정을 받은지 3일째 지만 아직까지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탄핵 선고 이틀 뒤 자택으로 퇴거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청와대 개방 일정에 따라 퇴임 전날 호텔로 이동했다.
퇴거가 지연되는 것은 서초동 사저가 아닌 제3의 장소를 검토하며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경호처는 당초 윤 전 대통령의 서초동 사저가 주상복합이기 때문에 경호동 설치가 쉽지 않고,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어 제3의 장소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제3의 장소는 별도 경호시설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다시 서초동 사저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후에도 한남동 관저 정비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으며 6개월가량 이곳에서 출퇴근했다.
이미 경호가 이뤄진 장소인 만큼 경호 계획 수립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호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이주할 장소가 결정되면 관련 법률과 규정 등에 따라 경호 활동을 시행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퇴거 계획을 통보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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