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레오(35), 허수봉(27)의 쌍포 화력과 필립 블랑(65)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운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구단 첫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넘어 ‘왕조 건설’이라는 더 큰 꿈을 꾼다.
현대캐피탈은 한 때 ‘배구 명가’로 불렸다. 2015-2016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4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그중 2차례(2016-2017·2018-2019시즌) 정상에 섰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를 겪었다. 2020-2021시즌 6위에 머물렀고, 2021-2022시즌에는 최하위 7위로 추락했다. 2022-2023시즌 준우승을 하며 부활하는 듯했지만, 지난 시즌 다시 4위에 그쳤다.
현대캐피탈은 결국 변화의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 시즌 도중 당시 일본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블랑 감독에게 차기 시즌 지휘봉을 맡기는 승부수를 띄웠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쿠바 특급’ 레오까지 품으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그 결과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내내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9월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정상에 섰고, 정규리그에서는 16연승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V리그 남자부 최단기간 1위 확정 기록까지 써냈다.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서도 왕좌에 섰다.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에 세트스코어 3-1(25-20 18-25 25-19 25-23)로 이겼다. 앞서 홈 천안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연승을 거둔 현대캐피탈은 3차전까지 승리하면서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의 통합우승이자,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에 5번째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섰다.
아울러 현대캐피탈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트레블까지 달성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2009-2010시즌), 대한항공(2022-2023시즌)이어 V리그 남자부 역대 3번째 트레블 달성 팀이 됐다.
현대캐피탈이 왕조 건설의 첫발을 내디딘 데에는 ‘쿠바 우승 청부사’ 레오의 폭발력과 ‘토종 거포’ 허수봉의 막강 화력이 주요했다. 정규리그 각종 공격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두 선수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레오는 경기당 19.67점(공격 성공률 51.99%)을 쌓으면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고, 허수봉은 평균 18.67점(51.33%)을 마크하는 화력 쇼를 펼쳤다.
세계적인 명장인 블랑 감독의 역할도 컸다. 블랑 감독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의 독주를 지휘하면서 줄곧 팀플레이와 선수 소통을 강조했다. 특히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사령탑의 자세는 팀이 원 팀으로 똘똘 뭉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특히 레오와 허수봉은 블랑 감독의 지도를 받은 뒤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다음 시즌 활약이 더 기대된다. 블랑 감독은 이들의 노력과 발전에 박수를 보냈다. 우승 직후 만난 그는 “허수봉은 리시브가 많이 발전했다. 또한 주장으로서의 자질도 좋아졌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 주장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어려울 때 팀을 잘 다독이면서 이끌어줬다”고 했고, 레오에 대해선 “블로킹과 리시브에 대한 의문을 지웠다. 특히 레오는 훌륭한 공격수이기 전에 훌륭한 배구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과 MVP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치켜세웠다.
쌍포와 명장의 시너지는 다음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레오의 재계약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팀에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허수봉은 “레오와 1년 더 하면 함께 더 좋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레오의 잔류를 바랐다. 그러자 인터뷰 옆자리에 앉은 레오는 허수봉을 바라보며 “다른 데 안 갈 거니 걱정하지 마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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