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 속에서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까지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가 콘트롤타워가 하루빨리 재가동해 내수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의 위기 확산을 막고 업계 재편과 구조조정 작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유통업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로 집계됐다. 이커머스 1위 쿠팡의 연 매출은 2019년 7조원에서 지난해 40조원을 넘었다.
여기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내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유통업계를 강타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소비는 더 얼어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C커머스 업체들이 자국의 불황과 관세 전쟁을 피해 우리 안방으로 넘어오면서 국내 유통 기업들의 영업은 더 악화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장기 불황에 고정 자산이 거의 없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유동성 악화에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작년 7월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53만명이 1조5000억원의 피해를 봤다. 1300k(천삼백케이), 바보사랑, 알렛츠 등도 폐업했고 명품 온라인쇼핑몰 발란은 4일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도 점포 임대료와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고전하다 지난달 4일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
대기업그룹도 이런 불황을 피하지는 못했다. 재계 6위 롯데그룹은 작년 말 ‘유동성 위기설’로 곤욕을 치르고서 비핵심 사업과 유휴자산을 정리하고 주력사업과 신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애경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의 모태인 애경산업 매각을 검토 중이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재무 건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는 미래 소득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이뤄진다. 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소비심리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가 콘트롤타워가 빨리 재가동되지 않으면 ‘도미노 부도’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통업계는 우선 해결될 과제로 각종 규제 개선을 일제히 꼽았다. 2011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이 대표적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 규제,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을 뼈대로 한다.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입법됐으나 이미 유통시장의 대세가 온라인으로 넘어온 만큼 시대에 뒤처졌다는 지적도 많다.
쿠팡의 연간 매출이 국내 유통업 사상 최초로 40조원을 넘어선 것은 상징적이다.
지난해 쿠팡 매출액은 41조2901억원으로 백화점(40조6595억원)과 대형마트(37조1779억원)의 소매판매액을 모두 추월했다.
법이 시행된 후 지난 14년간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매출 부진과 성장 잠재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달 4일 전격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국내 2위 대형마트 업체 홈플러스의 몰락도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이러한 규제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판매 부진으로 고사 위기에 직면한 면세업계도 제도적 불확실성이 큰 업종 가운데 하나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 등 대형 면세점 4사의 합산 영업손실액은 2776억원에 달했다.
업체별로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폐쇄하고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적 반등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면세점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도입된 특허수수료 부과 기준을 매출에서 점포 면적이나 영업이익으로 바꾸는 한편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특허 갱신제도 개선, 여객 수와 연동된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 임차료 인하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해 제기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업은 국내 관광·항공산업과도 연계된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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