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지분 매입이 전선 산업 구조 개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업계관계자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 해저 케이블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와 구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전선 업계는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지난 13일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대한전선에 15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LS전선은 2019년 대한전선의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경찰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공장 설계 정보를 탈취했다는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총 3차례에 걸쳐 대한전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달 13일엔 대한전선의 모기업인 호반그룹이 LS의 지분 3% 미만 수준에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 업계에선 이를 두고 추후 경찰조사 결과와 법적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협상카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호반그룹이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며 전선 산업 구조의 개편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분쟁이 업계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수요와 동남아 국가의 전력 발전량 증가로 추후 공사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LS전선 관계자는 “유럽과 동남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고 당분간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대한전선의 적대적인 지분 투자 등으로 전선 업계를 흔들만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전선 측은 LS전선 지분 매입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업계는 유럽의 탄소중립·수입 화석연료 독립 기조를 바탕으로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유럽연합 전력보고서’에서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 회원국의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기록했다. 풍력 발전은 전년 대비 9.5%(21TWh) 증가했다.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에선 풍력 발전량이 각각 8.4%, 35% 급증했다.
실제로 LS전선은 지난해 독일과 벨기에에서 각각 9073억원, 2821억원 규모의 해저 및 지중 케이블 공급사업을 수주했다.
아울러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역시 국내 전선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전선 업계관계자는 “윤석열 전 정권과 트럼프 정권 들어 신재생에너지가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의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고 본다”며 “특히 RE100 등 탄소중립 정책을 글로벌에서 주도하고 있는 유럽과 산업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 국가에서 전선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구리 가격 상승도 매출 상승을 견인할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하자 미국 제조업체들이 서둘러 구리를 수입해 비축에 나서면서 가격이 뛴 바 있다.
업계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조항으로 인해 최근 구리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도 반영해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이로 인해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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