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회 한 점이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순간을 고급 일식집의 문턱을 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서도 고급 일식집 참치회 맛을 느끼고 싶다면 냉동 참치를 손에 들고 주방으로 직행해보자. 냉동 참치 부위를 사다가 제대로 해동하고 썰기만 하면 일식집 못지않은 참치회를 맛볼 수 있다.
참치는 바다의 제왕이라 불리는 대형 어류다. 정식 이름은 다랑어인데, 그중에서도 참다랑어는 크기와 품질 면에서 으뜸으로 친다. 참다랑어는 큰것은 300kg을 넘길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주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따뜻한 해역을 헤엄치며 살아가는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습성 덕에 살이 단단하고 쫄깃하다. 참치엔 ‘참’자가 붙으면 그 종류 중에서도 가장 비싸고 맛있다고 보면 된다. 붉은 속살과 기름진 뱃살은 회나 초밥으로 먹기 딱 좋고, 지방 함량에 따라 맛과 가격이 달라진다. 요즘엔 기후변화로 한반도 바다에서도 300kg이 넘는 참다랑어가 잡히기도 한다. 문제는 가격. 워낙 고급 생선인 만큼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해결법은 있다. 냉동참치를 사서 먹는 것이다. 뱃살 부위를 1kg에 보통 6만~10만원에 판다. 속살, 중뱃살, 배꼽살 등 부위별로 200g 단위로 구입할 수도 있다. 속살은 담백하면서 참치 특유의 진한 맛이 나고 중뱃살은 기름지다. 기름이 살짝 오른 배꼽살은 초밥으로 먹으면 식감이 좋다. 10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회, 초밥, 덮밥까지 즐길 수 있으니 가성비가 훌륭하다. 이 정도 양이면 온 가족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고급 일식집에서 먹으려면 최소 30만~40만원이 든다.
냉동 참치를 집에서 맛있게 먹으려면 해동부터 신경 써야 한다. 셰프 정호영에 따르면 해동법은 여럿 있다. 첫 번째는 냉장고에서 천천히 해동하는 법. 포장째 냉장고에 넣고 30분 정도 두면 살짝 얼어있는 상태로 썰기 좋아서 가정에서 먹기 딱 맞다. 두 번째는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3~4% 정도 넣어 염도를 맞춘 소금물에 담그는 방법이다. 스푼으로 소금을 한두 번 넣으면 짭짤한 정도가 되는데, 오래 담그는 게 아니라 겉의 기름기를 닦아내는 용도로 살짝만 담갔다 뺀다. 정호영은 매장에선 소금물을 잘 안 쓴다면서 해동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냉동 참치 포장 안에 들어있는 해동지는 키친타월보다 밀도가 높아 수분을 잘 빨아들이고 끈적임 없이 깔끔하게 해동할 수 있다. 포장을 뜯으면 살에 붙은 지방이나 찌꺼기가 보이는데, 이걸 살짝 닦아내고 해동지에 싸서 녹인다. 매장에선 손님에게 바로 내놓기 위해 완전히 해동하지만, 집에선 과하게 녹이면 살이 뭉개질 수 있으니 살짝 얼어있는 느낌을 유지하는 게 좋다.
해동한 참치는 부위별로 써는 법이 다르다. 속살은 등 쪽에 주로 분포하며 덩어리가 커서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썰 때는 선이 보이는데, 이 선을 끊어주며 썰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칼을 눕혀 각도를 살려 얇게 썰거나, 깍둑썰기로 잘라 회덮밥용으로 쓰면 된다. 속살과 뱃살이 섞인 맛이 나는 중뱃살은 기름기가 적당히 돌면서 부드럽다. 힘줄이 섞여 있으니 힘줄 위치를 보고 끊어주며 썰어야 씹기 편하다. 기름이 많아 허옇게 보이는 배꼽살의 경우 질긴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부드러운 살코기만 썰어낸다. 살이 깨지기 쉬워 손질이 조금 까다롭지만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썰어낸 참치는 회로 먹거나 초밥, 덮밥의 재료로 이용할 수 있다. 회는 간단히 간장과 와사비에 찍어 먹으면 된다. 쪽파나 김가루를 뿌리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초밥을 만들려면 집에 있는 밥에 초밥용 식초를 섞어 준비한 뒤 손에 물을 살짝 묻혀 밥을 뭉치고 참치를 얹으면 된다. 와사비를 살짝 올려 참치 이불을 덮듯 마무리하면 완성할 수 있다. 배꼽살은 질길 수 있으니 토치로 살짝 구워 아부리 스타일로 먹으면 부드럽고 고소하다. 덮밥을 만들려면 썰어둔 참치를 밥 위에 올리고 간장, 고추냉이를 섞어 골고루 버무려 낸다. 정호영은 속살부터 먹고 기름진 뱃살로 마무리하는 순서를 추천한다.
정호영은 빳빳한 일본식 김에 싸 먹으면 조미김보다 참치회에 잘 어울린다고 했다. 간장과 와사비는 맛있는 걸로 골라야 제맛이 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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