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오랜만에 고등학교 축구 현장을 찾은 홍명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고등학교 축구의 발전이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이라는 걸 강조했다.
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영등포구의 장훈고등학교에서 2025 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개막라운드가 열렸다. 이번 경기에서는 장훈고등학교와 동북고등학교가 맞붙었고, 3학년을 주로 내세운 장훈고가 2학년을 주로 내세운 동북고를 3-1로 제압했다.
이번 고등 축구리그 개막전에는 홍 감독도 참석했다.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무 시절부터 한국축구 기술철학, ‘MADE IN KOREA(MIK)’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MIK는 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 나아가 학원축구에 걸쳐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해 한국 축구 전체 발전으로 나아가는 걸 기치로 한다. 이번에 홍 감독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개막전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관련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난번 부임 때 공약한 MIK 연계로 한국 축구 엘리트 저변과 환경을 파악하는 업무의 일환으로 풀뿌리 축구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번 현장 방문을 했다”라며 “이번에 여러사정으로 주말리그 개막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현장의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힘을 싣기 위함”이라고 참관 이유를 설명했다.
홍 감독은 경기를 관람하고 취재진을 만나 "오랜만에 고등부, U18 경기를 왔다. 예전에는 참 많이 나왔는데 오래간만에 나와서 보니 굉장히 기분이 좋고,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보는 듯한 느낌도 좋다. 내가 예전에 축구협회에 있으면서 고등부 축구 경기장에도 많이 왔었는데 그동안은 프로팀이나 대표팀 감독을 하다 보니 나오지 못했다. 오늘 이렇게 나와서 보니 굉장히 기분이 좋고 선수들도 아주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향후에 재능을 보일 선수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이 선수들에게 모든 걸 바라기엔 너무 이르지만 지금 있는 재능, 또는 지금 재능을 보이지 않은 선수들이 앞으로 얼마나 좋은 인성과 태도를 가지고 자라느냐에 따라서 몇 년 후에는 많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눈에 띄는 몇몇 선수들도 있고, 그 선수들이 잘 자라주는 게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서는 가장 좋은 일일 것"이라며 지금 선수들이 꿈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했다.
이번 고등학교 축구 현장 방문은 MIK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홍 감독은 축구협회에 행정가로 몸담을 시절부터 MIK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대표팀 감독이 된 이후에도 워크숍을 직접 진행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령별 대표팀 감독 선임 지연, 고등 축구리그 개막 지연 등 여러 사태로 MIK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감독은 우선 MIK 진행 과정에 대해 "지난 8월에는 내가 MIK 워크숍을 진행했다. 축구협회 자체적으로도 지난해 12월, 올해 3월 등 계속 진행 중"이라며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MIK에 관심이 많다. 이 선수들이 잘 자라줘야만 한국 축구가 강할 수 있다. 어떤 연령대에 있는 선수들보다 중요한 선수들이다. 물론 더 낮은 연령대에 있는 선수들도 중요하다. 이 선수들이 잘 성장해야 한다. 이 선수들이 지금 유럽에 나가 있는 양민혁 선수나 배준호 선수와는 불과 1, 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선수들이 잘 자라 좋은 선수가 되는 게 국가대표가 강해지는 이유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우리가 유소년 축구에 관심도 많이 기울여야 하고 정성도 많이 기울여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라고 MIK가 잘 진행돼 유소년 축구의 발전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이어 MIK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개막이 여느 때보다 늦은 걸로 안다. 나머지 부분들은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 협회에 공백도 있다 보니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나름대로 기술국이나 이걸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과 가끔 얘기하다 보면 열정을 가지고 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MIK에서 중요한 건 선수뿐이 아니다. 결국에 재능 있는 선수가 그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돕는 건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MIK가 진정으로 한국 축구를 발전시킬 기술철학이 되려면 유능한 지도자를 키우는 게 필수적이다.
홍 감독도 "MIK에 재능 있는 선수, 창의성 있는 선수를 키우는 프로젝트도 있지만, 유능한 지도자를 키우는 프로그램도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코칭 그룹이 나와서 교육도 시킨다. 그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좋은 지도자가 좋은 선수들을 만들 수 있으니까 양쪽으로 같이 발전돼야 한국 축구가 잘 성장할 수 있고 창의성 있는 강한 선수들을 잘 길러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그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자 스타 선수 출신으로서 양 팀 고등학생들의 환대를 받았다. 학생들은 홍 감독의 행로 양옆에서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은 축구공과 유니폼을 드는 등 유명인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 홍 감독은 경기장에 등장해 그라운드로 내려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개막전에 나서는 선수들을 독려했다. 박건하 수석코치, 김진규 코치 등 동석한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남겼고, 선수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대표팀 차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홍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대체적으로 한쪽 팀은 3학년들이 많고 한쪽 팀은 2학년 학생들이 많다. 이 연령대에 1년 차이는 굉장히 크다. 그러다 보니 경기력에서 차이가 난다. 조금 더 패스로 반대 전환하는 속도 등을 빨리 가져가면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양 팀을 격려한 뒤 "이 선수들이 내 어릴 적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썩 잘하지는 않았다. 지금 몇몇 선수들은 그때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수들이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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