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강도 높은 수준의 관세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K-푸드 1위 수출국 미국의 행보에 국내 식품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모든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행정부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보편관세 10%를 적용함과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무역 적자국에는 이보다 높은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미 수출을 늘려온 국내 식품업계도 적잖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공식품과 신선식품 미국 수출액은 15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대미 식품 수출액은 3억5000만달러로 25.1% 늘었다.
대표적인 K-푸드 라면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1위 삼양식품은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77%에 달한다. 미국을 포함한 미주 시장 매출은 해외 실적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양식품은 미국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양식품 김동찬 대표는 미국 관세 정책과 관련해 TF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삼양식품은 오는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다만 중국 현지 공장 생산 물량은 100% 중국 내수용이다. 지난해 말 중국 시장에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만큼 미국 수출을 위한 현지 공장 설립 등 막대한 투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관세 정책 대응과 관련해 TF를 구성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 가격 인상이나 해외 공장 설립 등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관세 정책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판매 제품 대다수가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현재 LA에 제1공장·2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제2공장에서 용기면 라인을 증설했다. 지난 2023년 농심은 미국 내 제3공장 착공을 계획했으나 이는 무산됐다. 대신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부산 녹산에 수출 전용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미국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제3공장 설립 재추진과 관련해 정해진 내용은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수출 전용 공장 설립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관세 정책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뚜기 관계자는 “현재 해외 수출 비중은 10% 수준으로 높지 않다. 다만 향후 정책 방향을 주의깊게 살펴볼 예정이다. 아울러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내 현지 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수출국 가운데 미국을 포함하고 있는 대상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상 종가 김치의 최대 수출국이 미국이다. 대상은 LA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출 비중이 두 배 이상 높다. 대상 관계자는 “현지 생산법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식품업계는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미국 관세 정책과 관련된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 K-푸드가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인기가 지속될지 모른다. 섣불리 생산 시설에 투자하는 방식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며 “다른 산업군 달리 상호관세로 인해 가격이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매출 추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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