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가 곧 이뤄질 것이라 밝혔다. 전날 상호관세 폭탄에 이어 품목별 관세 조치가 곧 발표될 조짐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대응책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 입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나 필수의약품 등의 경우 관세 부과를 비껴갈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있다.
4일 백악관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가는 대통령전용기에서 취재진에 “반도체 (관세 부과가) 아주 곧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 의약품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것은 (기존 관세와) 별도의 카테고리다. 현재 검토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품목별로 관세를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따라 다음 표적이 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관세 부과 대응 시나리오를 짜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한 뒤로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이미 대응책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램시마SC 등 회사 주요 파이프라인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 중인 만큼 관세 영향권에 들어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단기, 중기, 장기적 대응 전략을 수립한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충분한 재고를 확보했으며, 중기적으로는 원료의약품 중심의 수출 전략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를 검토 중이다. 회사는 “현재 당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제조 역량을 갖춘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 방안을 이미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판매 중인 SK바이오팜도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놓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 세노바메이트는 국내에서 원료의약품(API)을 제조한 후 캐나다에서 벌크 태블릿 및 패키징 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된다.
회사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캐나다 외 미국 내 생산 전략을 수년 전부터 추진해왔으며, 생산 변경을 위한 미국 FDA 승인도 지난해 하반기에 완료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FDA 승인된 미국 내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보, 필요 시 즉시 생산이 가능하며, 관세 정책 변화에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이다.
바이오시밀러·필수의약품 관세 영향 無 낙관론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 부과가 곧 덮쳐올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항암제 등의 필수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등은 관세 영향을 비껴나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동아에스티 등이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거나 유통을 앞두고 있다.
전날 백악관에서 나온 언급도 이러한 시각에 힘을 실고 있다.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문을 통해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필수의약품과 의료 물품은 관세 정책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미국의 높은 약가를 누르는 데 기여하고 있는데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약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암 환자가 많은 미국에서 항암제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에 악재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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