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적용한 25%의 상호관세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FTA 체결국 중 호주,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모로코, 페루, 싱가포르, 온두라스 등 11개국은 기본관세율인 1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앞서 미국이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이번 상호관세 대상국에서 제외된 캐나다와 멕시코 정도가 FTA 체결국 중 우리나라와 세율이 같았다. 그간 미국이 손해를 본다며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했던 유럽연합(EU)의 상호관세율은 20%였고 FTA조차 체결하지 않은 일본도 24%로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이외 중국(34%), 대만(32%), , 베트남(46%) 인도(26%) 정도가 우리보다 높은 관세율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상호관세율 25%를 산출한 근거로 그간 우리나라가 미국에 50%의 관세율을 부과했다는 점을 들었다. 한·미 FTA에 따라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이지만 그간 대미 무역에서 흑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부분이 높은 관세율 책정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1278억 달러로 전년대비 10.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 달러 흑자로, 미국에서만 벌어 들인 돈이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액 518억 달러보다 많았다.
앞서 지난달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된 철강도 가격 경쟁력을 잃으며 수출이 줄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철강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10.6% 감소한 25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에 현대제철은 8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했고 포스코도 미국 역내 생산거점 건립을 공식화하는 등 사실상 수출을 포기하고 현지화 전략을 마련하는 수순이다.
베트남과 인도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가전업계도 비상이다. 이들 국가에 우리나라보다 높은 관세율이 부과된 탓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며 LG 역시 7곳의 생산법인을 현지에 두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현실화되면서 당초 1% 중반대로 예측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0.9%로 하향조정했고 영국의 리서치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CE)도 기존 1.0%에서 0.9%로 낮췄다. 정국 불안으로 내수 회복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미국발 관세 쇼크가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 직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이 이 상태(고관세)로 간다면 올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이번 상호관세 조치를 통해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역적자 해소라는 점이 확실해진 만큼, 여기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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