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종효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조업계, 특히 중소기업들이 수출 경쟁력 약화와 가격 하락 등 직·간접적인 타격에 직면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의 매출 하락과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백지화되는 상황에 몰리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기업이 미국 내 생산 기지 이전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협력사로 구성된 중소기업들은 현지 진출 및 대응 체계가 미비해 직격타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중 우회수출로가 끊긴 중소 자동차 부품사의 경우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제조기업의 미국 관세 영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60.3%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4.0%,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한 기업은 46.3%에 달했다.
미국 수출기업에 부품·원자재를 납품하는 기업(24.3%)과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기업(21.7%)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중국, 멕시코, 캐나다를 제외한 제3국 수출 및 내수 기업(17.9%), 미국 및 중국 대상 부품·원자재 수출기업(각 14.2%, 13.8%) 등도 포함돼 있어 직접 수출 여부와 무관하게 대부분의 제조기업이 미국 관세의 간접적 파급 효과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업종별 영향권은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에 부품 및 소재 등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이들 분야의 중소기업들은 미국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 하락과 수익성 악화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 기계장비(66.3%), 전자·통신(65.4%) 등 주요 산업에서도 높은 영향 비율이 확인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6.7%), 중견기업(70.6%), 중소기업(58.0%) 순으로 관세 영향이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이 미국 관세의 도입으로 납품 물량 감소(47.2%), 고율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24.0%),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하락(11.4%) 등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응 현황에 관한 응답에서는 전체 기업의 74.5%가 동향 모니터링 중(45.5%) 또는 생산비용 절감 등 자체 대응책을 모색 중(29.0%)이라고 답한 반면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인 현지 생산이나 시장 다각화 등을 모색 중인 기업은 겨우 3.9%에 불과했으며 대응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20.8%에 달해 중소기업의 대응 여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세 영향권에 속한 중소기업 4곳 중 1곳(24.2%)은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이들의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기부와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는 철강·알루미늄 관련 중소기업 600곳 중 42.8%가 이미 지난 지난달부터 시행된 25% 관세 영향을 받아 수출 및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미국 관세 정책의 변화와 그 적용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물류비 상승 등 부수적 비용 증가 역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중소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할 대응책 마련에 대한 정부 및 민간 지원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관세 부과 외에도 물류비 상승과 원산지 규정 강화 역시 중소기업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와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출 비용이 증가했으며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원산지 검증 강화로 우회수출 리스크도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완성된 제품을 국내에서 단순 가공 후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할 경우 원산지 규정 미충족으로 관세 회피 의혹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산 부품 비중이 높은 제품의 경우 한미 FTA 혜택을 받지 못할 위험"이라며 협력사와의 공급망 점검을 강조했다.
정부도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리스크와 중소기업 피해를 심각하게 보면서 세제, 금융, 물류 등 다각도의 지원책 마련에 나설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산하기관 및 협회와 민관 협력을 통한 긴급 대응 체계 구축, 장기적으로는 수출 다변화 및 국내 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국 11개 지역에서 '찾아가는 관세 대응 릴레이 설명회'를 개최해 실시간 관세 정보와 대체 시장 발굴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KOTRA를 통해 20개 무역관에 '미 관세 대응 헬프데스크'를 설치해 해외 진출 기업을 지원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HS코드 확인 컨설팅, 함량 계산 지원 등 정책을 제안했으며 중기부는 애로신고센터를 통해 현장 애로 사항을 즉시 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자체 역량 부족으로 정책 지원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 제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관세 회피를 위한 기술 개발이나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실질적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향후 관세대응 수출바우처 도입을 검토 중이며 상생 협력기금을 통한 자금 지원과 대출 유예 등 구체적 대책을 마련 중이다.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공급망 재편도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는 보호무역주의를 넘어 전 세계 무역 질서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민간 네트워크와 외교 채널을 활용한 신속한 정보 공유와 지원 대책 마련을 통해 이번 관세전쟁에 대한 체계적 대응에 착수해야 한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 및 국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므로 한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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