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 "와~이건 진짜 내 취향이야, 네 취향은 딱 이거네!"
문구브랜드 '웜그레이테일'의 현장 부스에서는 여성 고객들의 들뜬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들은 양말, 코스터, 파우치 등이 진열된 가판대 앞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며 한참을 머물렀다. 색상부터 디자인까지 가지각색의 문구 상품들은 참관객들의 눈과 손을 쉴 새 없이 바쁘게 했다. 세상의 모든 취향을 모아 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구 시장의 새 지평을 연 29CM의 '인벤타리오 문구페어'에 다녀왔다.
지난 2일 서울 코엑스에서 29CM가 전개하는 첫 오프라인 문구 박람회 '인벤타리오(INVENTARIO): 2025 문구 페어'(이하 인벤타리오)가 문을 열었다. '인벤타리오'는 물품 및 문건에 관한 기록물과 목록을 뜻하는 스페인어다. '도구와 이야기를 수집하는 거대한 저장소'라는 콘셉트 아래 국내외 고감도 문구 브랜드와 아이디어를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큐레이션 전시로 기획됐다.
'저장소'라는 주제에 걸맞게 화이트, 블루로 디자인된 종이박스가 박람회장 초입 참관객들을 맞이했다. 투박하고 평범한 재료가 트렌디한 소품으로 변하면서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번 전시 공간은 크게 △29CM 브랜드관 △포인트오브뷰 전시관 △인벤타리오 특별관(콜라보 전시관) △브랜드 부스 △워크룸(참여 콘텐츠 스팟)으로 구성됐다. 들어가자마자 펼쳐지는 29CM 브랜드관에서는 29CM 직접 큐레이션한 29가지 문구 상품을 다섯 가지 파트별로 만나볼 수 있었다. 몰두, 수집, 기록, 창작, 영감 등 5가지 유형의 문구인 페르소나에 맞춰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아티스트 10인의 창작 도구를 전시한 포인트오브뷰 주제관은 감성과 아날로그를 일깨우는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레이어스 투게더' 체험존은 국내 일러스트레이터 5명의 작품을 관람객이 직접 스탬프를 찍으며 완성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단순한 기성품이 아닌 작가의 철학과 관람객의 체험이 반영된 고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전통 문구 제조사와 신진 문구 브랜드를 컬래버레이션한 인벤타리오 특별관은 전 세대 필승 전략인 '레트로풍 기획'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6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지구화학은 신진 브랜드 키티버니포니와 다양한 문구 상품을 내놨고, 70년 이상 업력의 지우개 제조사 '화랑고무'는 오이뮤와 점보 지우개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020세대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4050 세대의 향수까지 일깨우며 한때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이번 문구 페어에는 총 69개 문구 브랜드가 참여했다. 그간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패션 기반의 플랫폼이 문구 페어를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29CM 관계자는 "기존 강점인 2539 여성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카테고리를 확대해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29CM의 타겟층인 2539 여성들은 이번 문구 페어의 주 참관객들이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2539 세대 여성 사이에서는 문구를 자기 표현과 창작의 경험을 확장하는 매개체로 소비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가격대가 다소 높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이라면 기꺼이 구매하고, 미술·수집 등 취미 목적의 고기능 문구에도 관심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29CM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문구 카테고리 거래액은 2023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사무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문구 시장을 개인 취향과 수요의 영역으로 재편해 '워크스타일'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겠다는 목표다.
29CM 관계자는 "취향 소비의 최전선에 있는 문구인들이 신규 고객으로 다수 유입될 경우,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에서 충성 고객으로 전환될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이번 페어는 29CM가 오프라인에서 라이프스타일 경쟁력을 확장해 나가는 데 있어 유의미한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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