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EBS 다큐’에서 술빵을 다룬 영상이 공개됐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던 술빵을 다시 조명한 내용이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반응이 쏟아졌다. “대단하시다. 장인정신 감사합니다”, “진짜 맛있어 보인다”, “진짜 손이 많이 가는 고급 빵이네요”, “내일 목포 가는데 사러 갈게요”, “안 먹어본 사람은 말을 말아라.” 그렇게 잊힌 듯했던 술빵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방송에 나온 빵집은 새벽 4시에 문을 연다. 막걸리로 반죽한 술빵은 하루 1,000개씩 만든다. 그럼에도 오전 중이면 전부 팔린다. 오후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먼저 온 사람이 이긴다.
줄 선 사람들 대부분은 동네 주민이 아니다. 일부러 찾아온다. 한 번 맛본 사람은 전날 미리 예약한다. 사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빵은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이 아니다. 전기장판 위에서 12시간 넘게 숙성시킨 반죽. 이스트는 쓰지 않는다. 동동주로 발효시킨다. 계절마다 숙성 온도와 시간이 바뀐다. 손에 익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오랜 시간 쌓인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호박 다듬고 팥소 끓이는 데만 반나절
술빵 반죽이 완성되면 그다음은 재료 손질이다. 늙은 호박은 껍질 벗기고 잘게 썬다. 새벽에 사 온 완두콩도 삶는다.
팥은 전날부터 불려 끓인다. 기계 없이 손으로 저어 만든다. 겉보기엔 투박해도 속은 섬세하다. 이런 수고 덕분에 어르신들이 먼저 알아본다. 어린 시절 기억을 불러오는 맛. 그래서 매일 같은 빵을 사간다.
동네 어르신들이 빵 만드는 걸 도와주는 이유도 같다. 팔아서가 아니라 먹고 싶어서다. 반죽을 섞고 찜통을 닦는다.
젊은 사람들은 보기 힘든 풍경. 빵 하나에 사람과 시간이 녹아 있다. 유튜브 영상 속에서 술빵을 만드는 손길 하나하나가 눈에 밟히는 이유다.
술떡이 아니다, 모양부터 다르다
술빵과 술떡은 이름만 비슷하다. 술떡은 쌀가루로 만든다. 술빵은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를 쓴다. 보리가루나 통밀가루가 들어가기도 한다.
술떡은 얇고 작다. 예쁘게 잘라 랩에 싸서 낸다. 술빵은 다르다. 찜통 지름만 30~45cm. 두께도 7cm 가까이 된다. 큼직하게 잘라 비닐에 담는다.
손에 들면 묵직하다. 한 조각으로도 충분하다. 단단하게 구운 게 아니라 쪄낸다. 촉촉하고 부드럽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돈다.
공기 들어가 폭신, 칼로리는 의외로 낮다
버터나 마가린 없다. 구워낸 것도 아니다. 오직 찜통으로 익힌다. 그래서 칼로리가 낮다. 100g 기준 177kcal. 시중 빵은 300kcal 넘는다.
떡도 비슷하다. 술빵은 다르다. 공기가 들어가 가볍고 부드럽다. 통밀이나 보리가루를 쓸 경우 포만감도 오래간다. 덜 먹는 게 아니라 잘 먹는 거다.
막걸리를 넣지만 익는 과정에서 알콜은 거의 사라진다. 향만 남는다. 다만 너무 많은 술을 넣거나 덜 익히면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먹고 어지러웠다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술의 양과 익히는 시간 조절이 중요하다. 제대로 만든 술빵은 그런 걱정 없다. 물 없이 먹어도 목이 메지 않는다. 어느새 한 조각을 다 먹게 된다.
도로 위 트럭에서, 찜기 열릴 때 진짜 줄 선다
술빵은 흔한 길거리 음식이 아니다. 시장이나 떡집, 트럭에서만 간간이 볼 수 있다. 주말이나 명절 땐 국도변에 임시 가판이 늘어난다.
교통체증 틈타 찜통을 연다. 찜통에서 퍼지는 냄새에 끌려 창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한 조각 3~4000원. 통째로 사면 2만 4000원~3만 2000원. 찜통 크기에 따라 자르는 방식도 달라진다.
EBS 다큐가 보여준 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술빵은 한 조각에 시간이 쌓여 있다. 느리게, 그러나 정확하게 만들어진다.
익숙한 맛, 낯선 수고. 빵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서 사라지기 전에 찾아가야 한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반죽을 뒤적이고, 찜통 뚜껑을 연다. 그리고 다시, 1000개가 팔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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