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면세업계가 지속된 실적 부진 속에서 시내 면세점 폐점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면세업계 비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내면세점의 수요가 편의점, 올리브영 등 로드숍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에 면세업계는 개별 여행객(싼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속되는 업황 부진에 주요 면세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일제히 몸집을 줄이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오는 7월 동대문점 문을 닫는다. 무역센터점도 기존보다 축소된 규모로 운영을 이어간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월 부산 시내 면세점을 폐점했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도 지난해부터 롯데월드타워 점포 규모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시내면세점 축소 운영 발표와 함께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말 근속 5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롯데면세점도 지난해 9월 말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면세업계가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고 있는 이유는 시내면세점의 업황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시내 면세점, 출국장 면세점, 입국장 면세점, 지정면세점, 외교관 면세점으로 구분된다. 시내 면세점이 전체 비중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2월 발표한 ‘보릿고개 넘는 K-면세점, 위기진단과 제언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시내 면세점 매출은 약 1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따이공’(보따리상) 수요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관광객 수는 회복됐지만, 여행 방식이 단체 관광에서 개별 여행 중심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기존 단체 관광 일정에 포함됐던 시내 면세점 방문이 줄어들면서, 면세업계의 수요도 감소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 4분기 잠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쇼핑 장소로 로드숍(48.0%)이 꼽혔다. 백화점(41.4%), 대형 쇼핑몰(41.4%)이 뒤를 이었으며, 시내면세점은 27.4%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쇼핑 채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근거리 채널 쇼핑의 경우 접근성이 높아 더욱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면세업계에서는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발맞춰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매출 규모를 확대하기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경영 효율화 방안을 통해 사업을 정상화하고 향후 중국인 무비자 단체관광 허용 등을 통해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단체 관광객 중심의 면세점 운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업계에서도 개별 여행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차별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매출 규모를 키우기다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 하반기 중국인 무비자 단체관광 허용 조치 등을 통해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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