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제 국내산 먹기 포기해야 하는 식료품'이라는 글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심에 선 건 송이다. 화마가 휩쓸고 간 영덕 국사봉 일대가 전국 최대 송이 산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한 번 잿더미가 된 이 숲에서 다시 송이를 보려면 최소 3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충격이 번지고 있다.
국사봉 일대는 오랜 시간 ‘청정 송이 산지’로 불리던 곳이다. 소나무재선충병도 비껴갔고, 3년 전 산불도 견뎌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영덕 지품면 삼화2리와 국사봉 전체를 덮쳤다.
불길은 거세게 치솟았고, 소나무는 속수무책이었다. 송이 채취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은 한순간에 기반을 잃었다.
전국 생산량 30%…숲이 무너지자 사람도 무너졌다
영덕은 송이 최대 생산지다. 지난해 기준 전국 송이 생산량 중 약 30%인 1만2178㎏을 채취했다. 이 중 60% 이상이 지품면 국사봉 일대에서 나왔다. 삼화2리 한 마을에서만 40여 가구가 송이 채취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 숲이 통째로 사라졌다.
산불이 할퀸 자리는 이제 잿더미뿐이다. 산불 피해 면적은 영덕 전체 약 7819㏊ 중 절반 이상이 송이 산지였다. 불에 탄 송이산은 약 4천㏊. 이는 영덕 송이 생산 기반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산림조합은 올해 송이 생산량이 50~6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13년 연속 전국 생산량 1위였던 기록도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
문제는 생산량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 결국 가격도 뛴다. 송이는 기후와 산림 조건에 따라 매년 생산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번처럼 산지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에는 유통 단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영덕군 산림조합은 올해 송이 생산량이 평년 대비 50~6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도매상과 유통업체는 “올해 국내산 송이는 구경조차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도매가는 최소 두 배 이상 뛸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이 자라는 데만 30년…채취는커녕 복구조차 못 해
송이는 아무 데서나 자라지 않는다. 30~40년 된 소나무 뿌리 주변에서만 기생한다.
소나무가 불에 타면 그 주변의 송이균도 함께 죽는다. 이번 산불로 탄 소나무 대부분은 다시 자라려면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 즉, 현재 생계를 송이에 의존하던 이들에게는 앞으로 30년 동안 수확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삼화2리 주민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40년 동안 송이를 채취해온 A씨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젠 송이 채취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본인의 송이산 6㏊가 몽땅 타버렸다. 또 다른 주민은 “생전에 다시 송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보상도 없는 작물…피해 입증해도 산정조차 쉽지 않아
문제는 피해가 컸는데도 법적으로 제대로 된 보상이 어렵다는 점이다. 송이는 산에서 자연 발생하며 생산량이 매년 다르다. 이 때문에 재난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자생 작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영덕군은 예외적으로 송이를 기타 작물로 분류해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 접수 기한은 8일까지다. 하지만 피해 금액 산정은 쉽지 않다. 생산량 증명서, 영수증, 거래 내역서 등 구체적인 서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가는 산에서 송이를 채취해 현장 판매하거나 직거래를 해왔다. 관련 서류를 갖춘 경우는 드물다. 실질적 보상을 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
숲은 사라졌고, 삶의 기반도 함께 사라졌다
산불은 단지 나무를 태운 게 아니다. 한 지역의 삶을 통째로 무너뜨렸다. 송이는 계획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작물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의 결과물이다. 이번 불로 그 시간이 끊겼다. 다시 시작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영덕의 송이산은 더 이상 송이를 품지 않는다. 그 숲에 기대던 삶도 함께 멈췄다. 다시 땅을 보며 기다릴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시간만이 대답할 수 있다.
이제 잿더미가 된 산을 바라보며 희망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무너진 건 숲만이 아니다. 밥상에서 사라진 식재료, 그리고 그것으로 이어지던 생계까지 함께 사라졌다. 국산 송이는 더 이상 귀한 식재료가 아니라, 30년간 사라질 수 있는 이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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