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누구도 생각지 못한 ‘폐자원의 자원화’ 연구 기대
폐배터리, 폐수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
화학적 방법 환경공학에 적용하며 새로운 연구방법론 제시
환경공학 연구자들은 유달리 사명감이 큰 것 같다. 환경공학자를 꿈꾸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죽어가는 지구를 보며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사명감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런 사명감 말이다. 김귀용 교수 또한 그런 루트를 통해 환경공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 입학했지만, 학부 때 환경 관련 강의를 듣고 기후 위기, 환경오염 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누구든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했고, 그 누군가가 내가 돼보자는 도전 의식이 생겼습니다” 그 도전 의식은 김귀용 교수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줬고, 그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폐자원을 바라보며 폐자원의 자원화를 연구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착하게 만들어 보자”
순발력이 뛰어나지 않은 ‘I’이기에 묵묵히 연구를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연구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 같다고 김귀용 교수는 자신을 소개했다.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미국 아이오와주립대(Iowa State)와 일리노이주립대(UIUC)에서 박사후연구원생활을 한 김 교수는 암모니아의 탄생과 함께 전 세계 인구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사실을 이야기하며 “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는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인류문명 발전을 이루기도 했지만, 암모니아 개발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 상당해 지구 전체 탄소배출에 2%나 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에 학위과정 중 암모니아를 착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고, 대기 중의 질소를 포집해 암모니아를 만드는 연구를 했습니다”라고 학위 연구내용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에서 오염수나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스에서,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미량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타겟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해내거나 회수해내는 기술을 만들고, 특정물질과 특이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선택성을 가진 소재를 디자인하거나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친환경 암모니아 개발 연구와 미국에서 진행한 전기화학적 분리 기술 연구를 인정받아 2022년 UNIST에 부임했다.
폐배터리로부터 친환경적으로 고순도의 코발트, 니켈을 회수하는 방법
“사람은 호흡하고 식물은 광합성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산화환원반응인데요, 저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산화환원과 전자전달의 도움을 얻거나, 혹은 그것을 잘 활용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거나 기존 기술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들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미량의 오염물질 처리, 유용 자원회수, 촉매반응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김 교수는 청정산화환원 및 전기화학 연구실을 꾸려 수처리, 폐배터리, 촉매반응을 주 연구주제로 삼아 실험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처리와 폐배터리는 모두 유용한 자원회수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그는 폐수를 자원으로 보는 생각의 전환으로 현재 폐수 안의 질소를 자원화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수를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에너지이자 유용 물질의 보고로 간주하고, 우리가 광산에서 광물을 채굴하듯이, 폐수로부터 특정물질을 채굴하는 관점으로 유용 물질을 고순도화, 고품질화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폐수 안에 존재하는 그 물질 자체를 빼내기만 하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유용 물질로 전환하기 위해 화학반응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용화, 자원화라는 관점에서 분리 과정과 반응을 잘 결합해내기 위한 요소 기술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흥분되고 자부심이 있는 기술이라며 폐배터리 재활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고순도 코발트, 니켈 등의 회수 기술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다양한 금속이 혼재하는 산 안에서 특정한 금속만 단계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산, 염기 혹은 용매를 다량 첨가하는 공정인데요, 사실 용매추출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폐수, 폐액이 큰 환경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화학물질을 거의 첨가하지 않고, 폐액 발생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는 친환경적인 금속 회수 기술을 주력 연구주제로 삼고 있습니다”라며 덧붙여 “배터리는 휴대전화, 태블릿, 노트북 등 우리 모두의 삶과 직결돼 있고, 폐배터리 문제는 모두와 관련될 환경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우리 기술이 정말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폐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니켈을 총체적으로 회수하는 기술이라는 점,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김 교수 연구 가치는 크게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공학에서 다루는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 차별화 가치 있어”
그는 폐배터리는 인류가 탄탄히 대응책을 마련해오지는 못한 신종폐기물이라며 환경공학에서 다루는 폐배터리 연구에 많은 학생이 관심을 두고 참여하길 바랐다. “산업적인 니즈가 증대될 가능성이 커서 학생들 진학과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주제라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의 정답은 진짜 작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맹물에서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상상처럼, ‘어라! 이게 되네’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미생물의 생존 법칙만 밝혀내도, 우리의 삶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자연의 것을 구현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응용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마치며 김귀용 교수는 “부족하나마 제가 마음껏 날갯짓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신 제 지도교수님과 불철주야 실험에 임하며 부족한 지도교수의 가르침을 잘 흡수해주고 있는 연구실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고요함 속에서 꾸준하게 연구자로서 심지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가 환경공학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임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그래서 자연이 그에게 아이디어를 귀띔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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