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엄청나게 수출됐는데... 지금은 한국인들 먹을 것도 부족한 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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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엄청나게 수출됐는데... 지금은 한국인들 먹을 것도 부족한 식재료

위키트리 2025-04-02 15:2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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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 / 연합뉴스

봄바람이 살랑이는 계절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줄 특별한 식재료가 있다. 맑고 깨끗한 강물과 모래톱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작고 귀여운 보석. 바로 '재첩'이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면 숙취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재첩국의 재료인 재첩에 대해 알아봤다.

재첩국 / 연합뉴스

재첩은 백합목 재첩과에 속하는 민물조개다. 보통 1~2cm 정도로 자라며, 삼각형 모양의 단단한 껍질은 황갈색이나 황색 빛을 띠고 광택이 흐른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을 선호하는데, 특히 모래와 자갈이 깔린 강바닥에서 잘 산다. 한국에선 섬진강, 낙동강, 영산강 같은 큰 강 하구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환경 변화와 하굿둑 건설로 서식지가 줄어들었다. 섬진강이 재첩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가 아직 자연 상태를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첩의 특징은 작지만 단단한 몸과 그 안에 숨은 깊은 맛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1년생이 특히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주요 채집 기간은 4~10월이다. 5월에서 7월 초가 산란기라 이 시기에 잡힌 재첩은 살이 꽉 차서 씹는 맛이 살아난다. 껍질이 두껍고 성장 맥이 뚜렷해서 손으로 만지면 질감이 느껴질 정도다. 물속에서 모래를 걸러 먹으며 사는 습성 덕에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랄 수 있다. 그래서 재첩이 많다는 건 그 강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옛날부터 강에서 재첩을 건져 올려 먹었다. 그 역사가 꽤 깊다. 섬진강 주변 마을에선 재첩국이 일상 반찬이자 해장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조선 시대 문헌에도 재첩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요즘엔 자원량이 줄어 중국에서 수입한 재첩도 시장에 꽤 돈다. 그래도 섬진강 재첩은 맛과 품질 면에서 으뜸으로 쳐준다.

요리법은 간단하면서도 맛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가장 유명한 건 재첩국이다. 먼저 재첩을 깨끗이 씻어 해감부터 한다. 8~9시간 정도 물에 담가 모래를 뱉어내게 해야 국물이 텁텁하지 않다. 검은 비닐을 덮으면 해감이 더 빨리 된다. 해감한 재첩을 찬물에 넣고 끓이다가 입이 벌어지면 건져내고, 살을 발라낸다. 뽀얀 국물은 면보에 걸러 깔끔하게 준비한 뒤 부추나 파를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불을 세게 올려 팔팔 끓이면 재첩의 감칠맛이 국물에 녹아든다.

재첩숙회는 데친 재첩에 초장이나 간장 양념을 곁들여 만든다. 재첩전은 재첩 살을 발라 밀가루 반죽에 섞은 뒤 부쳐서 만든다. 칼국수에 재첩을 얹어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것도 별미다.

맛은 어떨까? 재첩국은 깊고 담백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개 향이 입안에서 맴돈다. 살은 작지만 쫄깃해서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진다. 숙회는 톡 쏘는 양념과 어우러져 술안주로 제격이고, 전은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이다.

숙취로 고생하는 날엔 재첩국 한 그릇이 보약처럼 느껴진다. 민간에선 재첩이 간을 보호하는 식재료로 알려졌다.

간세포 활성화와 피로 해소에 효과적인 타우린과 메티오닌을 풍부하게 함유해 간 기능 회복을 돕고 손상된 간세포를 재생하는 역할을 한다. 글리코겐 성분 또한 풍부해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고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 숙취로 인한 두통, 구토, 속쓰림 등의 증상을 완화한다. 재첩에 함유된 비타민 B군은 간 기능 강화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간의 해독 작용을 돕고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또 재첩에 든 여러 아미노산은 간세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간 기능 유지 및 회복에 도움을 주고 간 건강 유지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공급한다. 뿐만 아니라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인 성분이 함유돼 간세포 손상을 예방하고 간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해감을 제대로 하는 게 핵심이다. 모래가 남아 있으면 맛이 떨어지고 씹히는 느낌이 불쾌하다. 또 너무 오래 끓이면 살이 질겨지니 입이 벌어지자마자 건져내는 게 좋다. 신선하지 않은 재첩은 비릴 수 있으니 껍데기가 깨졌거나 냄새가 이상한 건 피해야 한다.

재첩은 어떻게 채취할까. 섬진강에선 대나무대에 대나무살을 엮어 망을 만들어 연결한 전통도구 ‘거랭이’를 사용해 강바닥을 긁어 재첩을 채취한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상생을 대표하는 사례로 평가받는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2023년 7월 세계중요농어업유산에 등재됐다.

재첩은 비싸다. 인터넷몰 등에서 3kg에 2만원 안팎에 팔린다. 껍데기를 까고 나면 먹을 게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값이 꽤 나간다고 할 수 있다. 어렵게 잡는 값을 하는 셈이다.

재첩국은 원래 섬진강에서 많이 나지 않았다. 낙동강이 재첩의 첫 번째 주요 산지였다. 낙동강 등에선 발길에 밟히는 게 재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재첩이 많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낙동강에서 잡히는 재첩은 상당량이 일본으로 수출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낙동강 하굿둑이 만들어진 뒤 낙동강 자연산 재첩이 씨가 말랐다. 환경 오염이나 서식지 변화로 인해 섬진강에서도 재첩이 예전만큼 많이 나진 않는다.

재첩을 한국만큼이나 좋아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처럼 간에 좋은 식재료로 여기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재첩을 시지미(しじみ)라고 부르며 된장국이나 다양한 요리에 사용한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가정식인 미소시루에 재첩을 넣어 끓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 재첩을 선호하는 일본인도 많다. 한국, 특히 섬진강에서 난 재첩은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산 재첩은 일본산에 비해 크기가 크고 맛이 좋다는 평이 있다. 재첩이 꾸준하게 일본에 수출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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