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니 살았다… 비우기로 반등 노리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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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니 살았다… 비우기로 반등 노리는 기업들

더커넥트머니 2025-04-02 15:06: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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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기’는 이제 기업 경영의 핵심 전략이 됐다. 외형 확장과 사업 다각화가 성장의 지표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흐름은 ‘선택과 집중’으로 돌아서고 있다.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이나 부진한 사업 부문을 과감히 매각하고, 본업 강화에 나서는 흐름은 단기적인 재무 안정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히려 ‘비우는 용기’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반전의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가 애경그룹이다. 애경그룹은 최근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지분 63%를 매물로 내놓았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다. 애경산업은 그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을 담당해온 주력 계열사로, '2080' 치약, '케라시스' 샴푸, '루나' 화장품 브랜드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룹은 과감히 이 회사를 팔기로 했다. 그 배경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재무 구조가 있다.

애경그룹은 보유 중인 중부CC도 매물로 내놓았다/사진=강원석 기자

 

AK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28.7%에 달한다. 전년 대비 18%포인트 증가했으며, 총부채는 4조918억원, 총차입금은 2조5303억원으로 이 중 단기차입금만 해도 1조4314억원에 이른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535억원으로, 1년 새 15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사실상 유동성 위기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 애경산업의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줄어들었고, 특히 화장품 부문에서 부진이 두드러졌다. 매출 비중은 생활용품 4176억원, 화장품 2615억원으로 나뉘지만, 전반적인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경산업 매각으로 그룹이 약 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단기 차입금 상환과 재무 안정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규모다.

애경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애경 측은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매각 이후의 사업 체질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생활용품과 화장품이라는 본업까지도 정리하는 만큼 그룹 정체성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 극복에는 더욱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는 구조조정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현대백화점은 수익성이 악화된 동대문 면세점에서 철수하고, 무역센터점에 면세 사업을 집중하기로 했다. 동대문점은 2018년 말 개점 이후,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코로나19 여파와 내수 침체가 겹치며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결국 기업은 면세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철수 결정을 내렸다.

뉴진스가 다녀갈만큼 기대가 컸던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은 철수가 결정됐다./사진=뉴스1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결정에 대해 “저효율 매장을 덜어내고 고효율 MD(상품기획)를 무역점으로 이전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8월부터 무역점에서 새롭게 리오픈될 면세점은 내국인 중심 운영과 럭셔리 브랜드 강화 전략으로 체질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4~5월 입점 브랜드들과의 협상을 통해 6월부터 공사, MD 이전, 입퇴점 등을 진행하고, 8월부터는 무역점 단독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면세점 부문이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덜어내기 전략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작동해온 사례가 많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반, 삼성은 보험, 건설, 식품 등 다양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 분야에 집중했다. 당시에는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매각된 자산에서 확보한 현금은 미래 기술 투자로 이어졌고,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국외에서는 GE(제너럴일렉트릭)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GE는 2015년부터 금융, 방송, 가전 부문 등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며 항공, 헬스케어, 에너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탈바꿈했다. 당시 최고경영자 제프리 이멜트는 “GE를 더 작고, 더 단순하고,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웠고, 이는 중장기적인 주주 신뢰 회복으로 이어졌다. 다만 GE의 경우 과도한 구조조정과 일부 실패한 매각이 이후 경영 불안정으로 연결된 점도 있어, ‘덜어내기’ 전략에도 균형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다. 모든 자산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과감한 포기가 더 큰 기회를 만든다. 기업들이 불황과 경기 침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비우기’ 전략은 단기적인 방어를 넘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덜어내니 평가는 올라갔다. 자산을 줄였더니 재무는 개선됐고, 사업을 정리했더니 수익성이 살아났다. 포기는 때때로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비움의 용기가, 다시금 기업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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