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주희 기자] 8,66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도 배당은 ‘0원’. 한화생명은 또다시 시장의 기대와 다른 길을 택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기조와 다소 엇박자를 내는 행보다. 물론 이같은 결정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23년 3년 만에 배당을 재개하며 보통주 1주당 150원을 지급했지만, 2024년 회계연도에서는 다시 배당을 멈췄다. 특히 8,660억 원이라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도 주당 배당금이 ‘0원’이라는 공시에 시장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시 직후 주가는 힘없이 미끄러졌다. 최근 5년 한화생명 배당 내역은 2020년 30원, 2021~2022년 무배당, 2023년 150원, 2024년 무배당이다. 2021년 당시 1조 2,492억원을 벌어들였음에도 무배당이었다.
한화생명 측은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들고 있다. 2024년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약 160조 1,464억 원, 부채총계는 145조 8,684억 원에 달했다. 이익은 분명 존재한다. 영업이익은 약 1조 969억 원, 당기순이익은 8,660억 원을 기록했지만 배당은 없었다.
눈에 띄는 건 자본총계의 두께다.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약 14조 2,780억 원으로, 전체 자산 대비 비중이 크지 않다. 자본금은 약 4,342억 원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이익잉여금과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총부채 증가와 자본 여력 제약으로 인해 배당 여력이 제한됐음을 뒷받침한다.
한화생명은 해약환급금준비금과 같은 부채성 항목 증가와 맞물려 지급여력비율(K-ICS)을 맞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이제 ‘기본자본 K-ICS’라는 새로운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보완자본을 제외한 자기자본만으로 지급여력을 따지겠다는 게 골자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더 빡빡해진 셈이다. 기존에는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지급여력을 맞출 수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한화생명처럼 대규모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예고된 회사는 그 부담이 더 크다. 한화생명의 배당성향은 2024년 14.9%에 그쳤고, 올해는 아예 0%다. 삼성생명(35.1%)을 포함해 교보생명(약 30%), 흥국생명(28%) 등 주요 생보사들이 30% 안팎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치다. 이들 보험사는 자본 여건이 유사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화생명의 주주환원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자본 적정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반복되는 배당 중단은 투자자 신뢰에 큰 타격을 준다”면서 “재무 건전성과 주주환원을 병행하는 방향으로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 규제와 회계기준 변화, 내부 유동성까지 복잡하게 얽힌 결과일 수 있다”면서 “다만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납득이 갈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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