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위판장에서 버려지던 물김이 불과 한 달 만에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달 30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2월 기준 물김 위판가격은 kg당 1439원으로 1월 평균 663원에서 무려 88.5%나 오른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7.5% 낮지만, 평년 수준보다는 높다.
진도, 해남, 고흥 등 주산지 가격도 급등했다. 1월까지만 해도 600원대에 머물던 가격은 2월 셋째 주에 1800~1900원대로 치솟았다. 한 달 사이 세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가격이 급등하기 전, 1월 전국 평균 위판가는 작년 12월보다 66.1% 하락했다. 위판장에 내놔도 수요가 없어 폐기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하지만 2월 들어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수출 호황과 공급 부족이 동시에 발생했다
김 가격의 롤러코스터는 단순한 계절 현상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김 수출은 급속히 늘었다. 2022년 수출액은 6억4760만 달러, 2023년에는 9억9700만 달러까지 늘어나며 10억 달러에 근접했다.
정부는 2023년 ‘김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수출 목표를 제시하고, 양식장 확대에 나섰다. 2700ha의 신규 양식장 허가와 외해 양식 확대가 동시에 추진됐다. 수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자연조건도 생산을 도왔다. 바다 수온이 5~10도로 안정됐고, 강풍이나 파도 피해도 거의 없었다. 12월 생산량은 3467만 속, 1월엔 4206만 속까지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17.9% 늘어난 1억7645만 속이 예상된다.
생산만 늘고 가공이 따라오지 못했다
문제는 물김을 마른김으로 가공할 공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김은 보관 기간이 2~3일에 불과하다. 가공 없이 바로 소비하는 경우도 드물다. 마른김이나 조미김으로 1·2차 가공해야만 유통과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가공시설은 영세한 곳이 많다. 연마다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설비 확장도 쉽지 않다. 결국 가공 병목이 발생했고, 위판장에 쌓인 물김은 팔리지 못한 채 바다로 되돌아갔다.
물김 폐기량은 2월 7일까지 5690t에 달했다. 2021년 1451t, 2022년 2317t, 2023년 1412t과 비교해도 두세 배 이상 많다. 버려지는 김이 늘어나자 어민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정부는 유통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불법 양식장 단속 여파로 또다시 가격 급등
현장 점검 과정에서 불법 양식장 정비도 병행됐다. 업계에선 전체 물김 생산량의 30%가 불법 양식장에서 나왔을 것으로 본다. 고흥에선 불법 양식장 비중이 60%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단속 이후 김발이 철거되면서 공급이 급감했다. 일부 지역 가공공장은 원재료 확보가 어려워 가동을 멈췄다. 물김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마른김, 조미김의 생산 원가까지 줄줄이 올라갔다.
수출업체들 사이에선 해외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유통시장에선 30g짜리 과자 ‘도리토스’가 1.5달러에 판매되는 반면, 한국산 김은 5g에 1달러 수준이다. 가격 차이가 벌어지자 소비자 선택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있다.
생산과 수출 모두 성장했지만, 가공과 유통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김 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공급 불안정이 이어지면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까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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