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90일간의 절차가 시작됐다. 올해 역시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사간 줄다리기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특수고용노동자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이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1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 김문수 장관은 전날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공식 요청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뒤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의결해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은 오는 6월 28일까지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의 최대 쟁점은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과 일부 직종의 차등적용 여부다. 도급근로자는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근로자로, 통상 근로자와는 다르게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일의 대가를 받고 있다.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 문제는 지난해 처음으로 논의 안건으로 떠올랐다. 도급근로자는 업무 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동안 4대 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대표적인 노동약자로 꼽혀왔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도급근로자에 대한 별도의 최저임금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계속해서 늘어가는 데 이어 최근 실질임금 하락과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최저임금 확대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노동부가 최임위에서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 확대 적용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올해 심의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양대노총은 각각 적용 방안에 대한 자체 조사를 완료했으며 앞으로 예정된 1차 전원회의 전까지 근로자위원 단일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논란이 된 바 있던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도 다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용자위원 측은 매년 심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다고 밝혀진 일부 업종에 대해 차등적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에도 경영계가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지역·업종별 구분적용 방안이 논의됐으나 부결됐다. 당시 경영계는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한식·외국인·기타 간이 음식점업 등에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는 방안을 최임위에 제안했다. 올해 심의에서도 경영계 측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면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연구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최임위에서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최저임금 확대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최임위에서 관련 데이터 제공을 요청했으며 이에 노동계가 연구용역을 통해 일부 자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임위가 법 개정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개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며 “따라서 올해 심의에서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의 기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서는 “지난 2년간 사용자 측이 제시한 안이 최저임금으로 결정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최임위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해야 하며 경영계 역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물가 상승 등 경기 침체 속에서 한층 더 격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내년도 인상률을 두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양측의 이견 차가 거셀 예정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1만원’을 넘어섰지만 인상률은 1.7%로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아직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앞서 노동계는 2025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600원을 제시한 만큼 이번에도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 등을 이유로 이와 비슷하거나 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소규모 및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경영난 심화를 우려하며 동결(1만30원)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다소 연기된 오는 4일로 예정되면서 최저임금 심의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이뤄질 시 최저임금 논의가 대선 일정과 맞물려 심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임위가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킨 적은 지난 1988년 이후 단 9차례에 불과하다. 2022년에는 8년 만에 법정 시한을 맞췄지만 2023년과 지난해에는 시한을 넘겨 7월 중순에 의결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고려해 늦어도 그 해 7월 중순까지는 심의 절차를 마쳐야 한다.
노사 간 첨예한 의견 대립 끝에 결국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현행 결정 구조에 대한 개편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현직 최임위 공익위원 출신들로 꾸려진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발족한 뒤 개선 방안을 모색해 왔다.
현재 연구회는 전문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