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불나면서 보관하던 현금도 타버려…"외상으로 복구 장비 등 구입"
야산 곳곳 이쑤시개처럼 변해버린 앙상한 나무들…주민 울상
(안동=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벌이고 나비고 꽃가루 나르는 곤충들이 다 죽었을까 봐 걱정돼요."
1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배방리.
이곳에서 만난 주민 송모(54)씨는 "이맘때면 벌이 보여야 하는데, 안 보이는 것 같다"고 걱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배방리 마을은 산골짜기에 있어서 이번 경북산불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다.
주민들은 마을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탓에 산불 당시 "불바다 같았다"며 몸서리를 쳤다.
야산 곳곳에는 이쑤시개처럼 변해버린 앙상한 나무가 널려 있었다. 야산을 둘러보는 주민들은 근심이 서려 있는 듯 굳은 표정이었다.
송씨는 "보통 오늘같이 날이 따스해지면 곤충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며 "벌이 한두마리 보이긴 하던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씨의 이웃 주민이 키우던 벌통 5개는 산불에 다 타버렸다.
송씨에게는 당장 부족한 돈도 걱정이다. 그는 집이 불에 타면서 함께 있던 현금을 잃어버렸다.
이날 과수원 복구 작업에 필요한 삽과 흙 등을 외상으로 구매했다고 한다.
그는 "시골에서는 은행가기 힘드니까 현금을 어느 정도 집에 둔다"며 "산불 피해를 본 후 살면서 처음으로 체크카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40만원어치 외상을 달아놓고 이것저것 구매했다"며 "재난지원금을 30만원 준다던데 턱없이 모자랄뿐더러 직접 피해를 보지 않은 시민까지 왜 지급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안동시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피해 지원 예산을 심의 중"이라며 "예산이 통과하면 구체적인 피해 지원 계획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산불로 피해 신고가 접수된 과수원은 3천284㏊다. 이중 사과를 재배하는 곳은 3천37㏊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농기계 무상 임대, 농작업 대행 서비스 등 피해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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