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의대생 복귀 시한으로 잡았던 지난달 31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가운데 39개 의대 학생들이 전원 복귀했다. 이에 따라 작년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하며 집단휴학으로 파행했던 의대 교육이 1년여 만에 정상화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대생의 복귀 소식에 전공의들의 '단일대오'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전공의 상당수도 수련 병원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의정 갈등 해소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제대 의대 제외 39개 의대생 복귀.. 대규모 제적 가능성 사라져
의료계와 대학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전국 40개 의대 중 39곳의 의대생 사실상 전원이 1학기 등록 또는 복학 신청을 마쳤다.
아직 미등록 의대생이 남은 학교는 인제대 한곳이다. 인제대는 학생들에게 4월 5일까지 등록을 고지한 상태여서 마감 전까지 복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40개 의대생들 대부분이 복귀하면서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3천58명을 약속하면서 전제한 '3월말 내 전원 복귀'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다만 정부는 등록 자체가 아닌 수업 참여도를 기준으로 전원 복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지켜본 뒤 이르면 다음 주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학생들이 복학 후 재휴학하거나 수업에 불참한다면 복귀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기존 정원인 5천58명이 유지된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등록금을 납부했다고 복귀했다고 볼 수 없다. 실제 수업 참여 여부를 보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대에서 '미등록 시 제적은 위법'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과 관련해 구 대변인은 "휴학 승인은 대학 총장 권한이고, 군 입영을 제외하곤 총장 판단에 따라 휴학을 승인하지 않아도 된다"며 "고등교육법령의 유권해석 기관인 교육부도 휴학 불승인을 요청했으니 소송으로 가더라도 학생들의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의대생들이 '등록 후 수업 거부' 투쟁을 펴려는 데 대해선 "학교별로 연속 2회 유급이나 합산 3∼4회 유급이면 제적이 되는 학교들도 있다"며 "등록했어도 결국 제적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 "의대생 복귀 응원.. 무늬만 복귀는 대국민 사기"
환자단체도 의대생들의 복귀에 환영 입장을 내면서도 '무늬만 복귀'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학교로 돌아온 의대생들의 용기에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며 "일단 제적을 면하려고 들어온 뒤 수업 거부로 의학교육을 망치겠다는 심보라면 지탄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복귀한 전공의와 학생들을 향한 조리돌림이나 신상공개 심지어는 협박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모습은 집단주의 파시스트나 갖출 덕목일 뿐 권위와 품위를 갖춘 의료계가 보여줄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해선 '원칙적 대응'을 요청했다. 연합회는 "의대생 복학 문제에 원칙 없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며 "의료계가 요구했던 7개의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 더 이상 양보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다른 대학생과의 형평성을 무너뜨려 가면서 원칙을 벗어난 관용을 베푼 게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 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길 바란다"며 "원칙대로, 학칙대로 제적을 예고했으면 그대로 시행하고 더는 환자의 희생을 방조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사직 전공의 '단일대오'도 흔들
의대생들이 사실상 전원 복귀하면서 전공의들의 복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공의들은 그간 '의대 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안을 고수하며 단일대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이상 가나다순)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는 인턴 73명, 레지던트 320명 등 총 393명이다.
지난해 10월 22일 당시 빅5 병원에 출근한 전공의 206명(인턴 15명·191명)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공의 모집은 상·하반기 두 차례 이뤄진다. 통상 7∼8월에 이뤄지는 하반기 모집은 상반기에 충원되지 않았거나 중도에 발생한 결원에 대한 추가 모집이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상반기 중 복귀하려면 정부가 예외적인 추가 모집을 마련하고 사직 1년 이내에 동일 연차·과목으로 복귀할 수 있게 다시 수련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먼저 복귀해 수련을 개시한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는 데다가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후퇴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부담이라 정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반기 모집 무렵엔 사직 전공의들도 사직서 수리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후라 수련 특례 없이도 원래 있던 병원으로 돌아가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한편,여전히 전공의 공백은 큰 상황이다.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인턴 211명, 레지던트 1천461명 등 총 1천672명이다. 난해 2월 전공의 사직 사태가 빚어지기 전 전공의 숫자 1만3천531명(임용 예정자 포함)의 12.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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