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동아쏘시오홀딩스의 CDMO(위탁개발생산) 자회사인 에스티팜이 RNA(리보핵산) 치료제 원료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RNA 기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핵심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이하 올리고)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에스티팜은 최근 연달아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지난달에만 총 5건의 올리고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전체 수주 건수(9건)와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내에 절반 이상을 이미 달성한 셈이다. 계약 총 규모는 955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6일 에스티팜은 유럽의 글로벌 제약사와 약 220억원 규모의 올리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치료제는 만성 B형간염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이어 10일에는 또 다른 유럽 제약사와 213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현재 임상 3상 단계의 동맥경화증 치료제다.
13일에는 미국과 유럽 제약사와 각각 71억원과 47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치료제들은 각각 근육이상증과 신장질환 치료제로, 신장질환 치료제는 2027년 신약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25일에는 미국 바이오텍사와 404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으며, 이는 2026년 1차 원료 공급분으로 혈액암 치료제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에스티팜이 원료를 공급하는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가 올해 8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의 ‘도니달로센’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수주 확대에 따라 에스티팜은 올해 매출 가이던스를 32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2730억원) 대비 16.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 4분기부터 제2올리고동이 본격 가동되면서 연간 생산량이 기존 6.4몰에서 14몰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현재 수주 상황과 누적된 수주잔고를 고려할 때, 매출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RNA는 우리 몸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DNA가 생명의 청사진이라면, RNA는 이를 해독하고 실행하는 설계도 같은 역할을 한다. RNA 치료제는 이러한 RNA의 특성을 활용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다.
RNA 치료제의 핵심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짧은 DNA 또는 RNA 조각으로,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올리고는 유전자 정보를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특정 유전자의 이상 발현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 올리고가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차단해 치료할 수 있다. 반대로, 필요한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올리고를 이용해 유전자의 활성을 증가시켜 단백질 생성을 유도할 수도 있다.
RNA 기반 치료제는 기존에는 희귀질환 치료에 집중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암, 대사성 질환, 신경계 질환 등의 치료제로 연구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RNA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192억달러(약 26조6592억원)에서 2032년 31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RNA 치료제 승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승인 사례로는 알나일람파마슈티컬스의 파티시란(2018년), 기보시란(2019년), 루마시란(2020년), 인클리시란(2021년) 등이 있다.
현재 RNA 치료제 분야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임상 2·3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에스티팜은 B형 간염, 동맥경화증, 근육이상증, 신장질환, 혈액암 등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원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는 올해 또는 내년 중 임상 3상 종료를 앞두고 있다. 또한, RNA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는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 알나일람파마슈티컬스, 사렙타 테라퓨틱스 등도 활발한 신약 연구개발(R&D)과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RNA 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올리고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한국의 에스티팜을 비롯해 일본의 니토덴코 아베시아, 미국의 애질런트테크놀로지 등이 대표적인 공급사다.
iM증권 장민환 연구원은 "올해 연간 전체 매출에서 올리고 매출 비중이 63.5%에 달하며, 이 중 상업화된 물질의 비중은 약 66%로 전년(23%) 대비 크게 증가했다. 상업화 제품은 임상 단계 프로젝트보다 안정적인 수주를 유지할 수 있으며, 향후 적응증 확장을 통한 추가적인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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