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1400원대 고환율이 '뉴노멀'이라던 최상목의 美국채 투자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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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1400원대 고환율이 '뉴노멀'이라던 최상목의 美국채 투자 결말은

비즈니스플러스 2025-04-01 10:20: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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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원·달러 환율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국채에 대규모 투자를 한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처신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72.9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압박과 국내정정 불안이 겹쳐져 원화 가치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 거래가 오랜만에 재개되었다는 악재도 더해졌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국내 방위 기술 우선 조달 정책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조치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접근성 문제 등을 무역장벽으로 규정, 한국에 대한 압박을 더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최 부총리가 미국 국채를 매입한 게 확인됐다. 적은 돈도 아니고 1억9712만원이라는 상당 규모이다.

환율 방어에 나서야할 경제부총리가 미국 국채를 사들인 것은 결국 원화가치 하락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좌우 진영 논리를 떠나 누가 들어도 어색한 일이고 부자연스러운 처신임에 틀림없다. 

앞서 최 부총리는 2년 전 국회 인사청문회 때도 1억7000만원에 상당하는  미국 채권 보유가 문제된 바 있어 처분한 바 있는데 지난해 다시 약 2억원에 육박하는 미국 국채를 사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환율 1400원이 '뉴노멀' 운운했으니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를 '뉴노멀'이라고 평했던 최상목 부총리의 처신

더불어민주당은 3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억원 상당의 미국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경제 안정에 애써야 할 경제부총리가 알고 보니 입으로만 안정을 외치고 뒤로는 환율 급등, 외환 위기에 베팅하고 있었다"고 비난하고 "경제 수장으로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환율 급등에 베팅한 행위는 경제 내란이자 국민을 배신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홍성국 최고위원 역시 "원·달러 환율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달러를 사는 게 기재부 장관의 역할인가"라고 되묻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한국경제 투자설명회(IR)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최 부총리는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달러당 1400원 선에 육박하는 현 환율을 뉴노멀로 봐야 하느냐'라는 기자 질의에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사실상 뉴노멀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최 부총리는 앞서 지난해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최근 환율 수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이라고 말해 일찌감치 고환율에 적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때는 트럼프 대세론에 따른 강달러 전망이 나오기도 전이었다.

그러니까 최상목 부총리는 우리 원화만이 아니라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 모든 통화에 비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고환율을 특별히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셈인다.

그런데 경제 수장이 당시 140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을 '뉴노멀'이라고 규정짓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발언인지에 대해서는 바로 논란이 일었고 갑자기 관련 뉴스가 인터넷에서 사라지기도 했었다. 

최 부총리의 '뉴노멀' 발언은 1400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환율에 미리 적응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제수장이 환율 상단 또는 하단을 쉽게 용인해주면 국제투기자본에 한국경제가 벌거벗은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 원·달러 환율 추이(달러당 원)/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최근 1년 원·달러 환율 추이(달러당 원)/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트럼프 행정부, 관세전쟁에 이어 환율 전쟁 예고하는 '마라라고 합의'에 대하여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뜀박질을 하고 있지만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꾸미는 전략에 따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인위적인 원화 강세 압력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사실 트럼프의 행정부의 이어지는 관세폭탄에 대응하려면 환율이 어느 수준까지는 오르는 것이 수출경쟁력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 우리는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환율의 도움을 받은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이같은 기대마저 짓밟는 정책을 차근차근 준비중에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관세폭탄으로 수출이 안되는 판국에 원화 절상 압력까지 받으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질 것이다.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스테판 미란(Stephen Miran) 백악관 경제보좌관의 보고서와 그가 제안한 '마라라고(Mar-a-Lago) 어코드'에 대한 논의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라라고 어코드(합의)'는 트럼프의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주요국 간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상상에서 이름 붙여진 가상의 다자간 협정이다. 

 '마라라고 합의'는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모델로, 미국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며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책 제안이다. 

 이와 관련 김용범 대표는 "트럼프 2기의 경제정책은 명확하다. 달러 약세 유도, 제조업 부활, 재정 부담 완화. 시장은 이를 단순한 구호로 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 충격이 있더라도 목표를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마라라고 합의'라는 형식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번에는 1985년 플라자 합의 때처럼 미국의 요구에 쉽게 응할 나라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당시 미국은 일본과 독일을 설득해 엔화와 마르크화를 절상시켰지만, 지금은 그런 식으로 협상이 진행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보다 강한 협상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플라자 합의 2.0'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마라라고 합의'는 외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 무이표채(zero-coupon bond)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등 미국 국채를 다량 들고 있는 모든 대미흑자국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압박의 대상국가들이다. 

미란은 "장기채권 보유를 증가시키면 (달러화 약세를 위한) 환율 조정 시 달러화 자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며 "미국 재무부는 시장에서 장기 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외국 정부 기관에 판매하는 100년 채권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는 미국 국채를 사실상 현금이 아닌 박제로 만들어 시장에서 사장(死藏)시키는 전략으로 다른 나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천문학적인 미국의 재정적자를 자연스럽게 소멸시키자는 계획인데 발상부터가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높은 관세를 협상 카드로 사용해 타국이 미국의 요구(환율 조정, 국채 구조 변경 등)에 응하도록 압박할 것이 분명해 앞으로 세계경제는 작금의 관세전쟁보다 큰 대규모적인 환율 전쟁 파고에 시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관세압박만 가지고는 이같은 구상이 실현되기는 어렵기에 외국에게 제공할 인센티브로는 국가 방위상의 안전보장 혜택에 더하여 만일의 긴급한 금융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비상 신용라인을 허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 동아시아 긴장을 높이고 중동 지역 역시 이란에 대한 폭격 가능성까지 운운하는 것을 보면 지정학적 위기를 증폭시키려는 전략이 숨어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미국의 안보우산을 관세와 환율 전쟁과 연계시키려는 뜻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다.   

이 지점에서 그저 흥미 위주로 생각한다면 달러 강세에 베팅한 최 부총리의 재테크 전략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작금의 정치불안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이 환율전쟁으로 전환되더라도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는 물론 그 어느 나라 통화 앞에서도 추풍낙엽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기에 최 부총리의 재테크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반대로 한국경제가 탄핵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은 물론 대외 협상력을 제대로 갖추면서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면 원화값은 안정세를 찾을 것이고, 여기에다 '마라라고 합의'가 본격화되더라도 미국의 원화 절상 압력을 소화할만큼 우리 경제가 강해지면 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매입 재테크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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