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정의 주방 한켠을 보면 늘 한 자리 지키고 있는 동원참치. 1982년 첫 선을 보인 이 작은 캔이 40년 넘게 국민 식품으로 사랑받아온 비결은 무엇일까? 단순한 참치캔을 넘어선 동원참치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76억캔을 기록하며 국내 참치캔 시장 점유율 70~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약 2억캔 이상이 판매되며 연간 매출은 5000억원을 웃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춘 혁신적인 전략과 소비자 중심의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다.
◇참치 대중화의 선두주자, 동원F&B
동원참치는 1982년 국내 최초로 참치캔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가공식품 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당시 참치는 고급 외식 메뉴로 여겨졌지만 동원F&B는 참치를 대중화하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신선한 참치를 캔에 담아 유통 기한을 늘리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건강과 간편함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동원참치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 덕분에 가정은 물론 외식업계에서도 필수 재료로 자리 잡았다.
◇MZ세대 겨냥한 '동원맛참', 혼밥 필수템으로 인기
국민 반찬으로 자리매김한 동원참치가 다양한 맛과 용량으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추참치, 야채참치, 카레참치 등 차별화된 맛 라인업과 1인 가구부터 대가족까지 고려한 다양한 용량 구성으로 모든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동원참치는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된 고추참치를 비롯해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야채참치, 카레 향이 가미된 카레참치 등 특색 있는 제품군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최근에는 참기름과 마요네즈를 더한 '동원맛참 마요참기름'이 출시돼 별도 조리 없이 간편하게 밥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 제품은 올해 3월 기준 하루 단백질 기준치의 약 1/3을 섭취할 수 있는 고단백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선호 트렌드에 맞춰 100g~150g 소용량 제품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동원 라이트 스탠다드 참치'는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반면 3㎏ 대용량 제품은 샐러드, 술안주, 밥반찬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해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혁신적인 제품도 눈길을 끈다. '동원참치 큐브'는 참치를 정육면체로 빚어 한입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HMR 제품으로, 컵 타입과 파우치 타입으로 구성됐다. 매콤고추, 볼케이노, 고소로제 등 다양한 맛으로 출시돼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카놀라유 대신 물을 담아 열량을 낮춘 '동원참치 인워터'를 선보이며 헬시플레저 트렌드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동원F&B는 앞으로도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다채로운 맛과 용량의 참치캔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건강과 간편함을 강조한 신제품 출시와 지속 가능한 포장재 도입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캐릭터 협업·선물세트로 전 세대 아우르는 마케팅
동원F&B는 독특한 캐릭터 마케팅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유명 캐릭터와의 협업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펭수'와의 협업이 돋보인다. 2020년 선보인 펭수 모델 광고는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수 2140만회를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캔을 따' 편은 혼밥족을 겨냥한 다양한 참치 레시피를 소개해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세계적인 캐릭터 '미니언즈'와의 협업도 화제를 모았다. 2018년 출시된 '미니언즈 악동매콤참치'는 24종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구성돼 국내외 미니언즈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했다. 이 제품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이선싱 엑스포에도 초청받아 전시되는 영예를 안았다.
트로트 가수 정동원을 모델로 한 CF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때 그 참치가 돌아왔습니다'라는 레트로 콘셉트를 활용해 MZ세대와 펀슈머 소비자들 사이에서 열렬한 호응을 얻었으며 유튜브 누적 조회수 1420만회를 기록했다.
동원F&B는 자체 개발한 참치 캐릭터 '다랑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갤럭시 테마와 카카오톡 테마를 무료 배포하며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한 결과, 다랑이는 출시 반년 만에 다운로드 수 18만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동원참치는 명절 선물세트로도 전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는 건강과 실속을 강조한 100여종의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고물가 상황에 맞춰 동원참치와 리챔 등 기본 품목에 참치액, 건강요리유, 참기름 등을 포함한 실속형 세트를 1만~4만원대 가격으로 구성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히말라야 핑크솔트를 포함한 프리미엄 선물세트도 새롭게 선보이며 고급화 전략을 강화했으며 지속 가능한 경영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미세발포필름' 기술이 적용된 친환경 패키지를 도입해 가치소비 트렌드에도 부응하고 있다.
◇한류 타고 세계로 뻗어가는 글로벌 K푸드 브랜드
동원F&B는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각국의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지역별 맞춤형 전략이 빛을 발하는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저염 참치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동원산업이 인수한 스타키스트를 통해 미국 참치캔 시장의 46%를 장악하며 현지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일본은 동원F&B의 가장 큰 해외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지 요리에 어울리는 맛을 강조한 제품군으로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약 360억원에 달했다.
중국에서는 중화풍 참치캔을 개발하는 등 현지화에 노력했으나 사드보복 조치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시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중국은 기타 시장으로 분류되며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동원F&B는 올해 3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 참가해 글로벌 바이어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현지 맞춤형 K푸드 발굴에 박차를 가했다. 대한민국 청정 해역에서 생산된 '양반김'과 차(茶) 가공음료, 쌀 가공식품 등을 선보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과시했다.
동원F&B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9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360억원), 미국(270억원)이며, 기타 국가들로도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회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유통망 확보를 통해 해외 사업 비중을 현재 4%에서 20%까지 확대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동원참치를 비롯한 다양한 K푸드 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떡볶이의신' 브랜드는 전 세계 약 30개국에 수출되며 연간 판매액이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물성 '마이플랜트', 건강 중시 소비자 사로잡아
동원F&B가 식물성 대체식품 브랜드 '마이플랜트'로 급성장하는 비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3월 론칭한 마이플랜트는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참치와 만두 제품을 내세워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 함량 0%라는 점에서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 이 제품은 비건 트렌드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와 플렉시테리언(육식과 채식을 병행하는 사람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마이플랜트의 참치 제품군은 통조림 1개와 파우치형 4개 등 총 5종으로 구성됐다. 대표 제품인 '오리지널'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 함량을 높이고, 기존 살코기 참치 대비 칼로리를 최대 31% 낮췄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고소마요, 불닭마요, 레드고추 등 다채로운 소스를 추가해 샌드위치나 김밥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편의성도 높였다.
만두 제품군은 김치만두와 일반만두로 구성됐으며, 기존 만두의 맛을 구현하면서도 열량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마이플랜트는 출시 후 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하며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이뤘다. 특히 플렉시테리언 비중이 높은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건강과 지속 가능한 환경을 고려한 선택적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높은 수용도를 보이고 있다.
◇ESG 경영 강화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
동원F&B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원참치를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며 K푸드 대표 브랜드로서의 책임감을 실천 중이다.
가장 두드러진 노력은 친환경 포장재 도입이다. 지난해 8월부터 딤섬류 제품에 국내 최초로 미세발포필름을 적용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10톤 이상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 필름에 질소를 주입해 미세 기포를 형성, 완충력과 보냉 효과는 높이면서 플라스틱 소재를 경량화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동원그룹 차원에서는 더욱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감축하는 '2050 탄소중립'에 동참하며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42% 줄이겠다는 중간 목표도 설정했다. 이를 위해 폐어망을 자동차 부품으로 재활용하거나 조업 장비를 생분해 바이오 소재로 변경하는 등 해양 플라스틱 감축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양반김 에코패키지와 동원샘물 페트병 경량화를 통해 연간 약 1388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 이는 소나무 약 35만그루를 심는 환경보호 효과와 맞먹는 수치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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