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최근 기업들이 연달아 식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물가 상승에 비상이 켜졌다. 기업은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를 내놨지만, 국정 공백기 기업들의 인하 결정이 잇따르는 등 탄핵 정국 속 혼란을 노린 ‘뜬금포’ 인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제적으로 물가가 오른 설탕, 유제품 외 주요 식품 가공품의 주재료로 꼽히는 밀가루, 식용유 등의 원재료 시세가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원가 부담만을 원인으로 내세우기 힘들다는 게 소비자 단체의 시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 유제품, 맥주 등 대다수 주요 판매 제품의 출고가들이 잇따라 인상됐다. 오뚜기는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라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이번에 인상한 가격은 평균 7.5% 상승한 수치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진라면 멀티팩은 3950원으로 기존보다 9.4% 인상됐다.
유제품의 경우 초코에몽(190ml)이 1400원에서 1600원으로 상승했다. 이외에도 ‘과수원 사과(200ml)’와 ‘아몬드데이 오리지널·스위트(190ml)’ 가격도 각각 1800원, 1700원으로 인상해 200원씩 비싸졌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오비맥주 가격은 평균 7% 올랐다. 카스 후레쉬 355ml 캔 6개 제품은 9850원으로 800원 인상됐다. 오비맥주가 유통하는 버드와이저 330ml 병도 100원 올랐다.
이처럼 기업의 가격 인상이 유행처럼 번지자 정부는 지난 13일 주요 식품기업 13개(△CJ제일제당 △SPC삼립 △남양유업 △농심 △동서식품 △동원F&B △대상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삼양식품 △오리온 △풀무원식품 △해태제과)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물가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까지 가격 인상을 발표한 기업은 40곳을 웃돌았다. 기업의 동시 가격 인상으로 정부 내에서는 3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속출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상승지표를 살펴보면 외식물가 상승률은 이미 3%를 돌파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전년 동월비가 1%대를 유지했으나 탄핵소추안 가결을 기점으로 1월 2.7%, 2월 2.9%까지 급등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0%)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각종 원재료 수입의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해상 물류 수수료, 임금 인상 등 제반 비용의 상승세가 이번 제품 가격 상승세를 야기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난해 높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갑작스런 줄인상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의견도 있다.
작년 12월 계엄 사태 이후 국정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새 정부 출범 전 미리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식품류 가격은 7.5% 상승폭을 보이며 평년 대비 2배 가까운 상승 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시기에도 기업의 일시적 가격 인상은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시각도 냉담하다. 각종 비용 상승 요인들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지만, 해당 요인들이 해소되더라도 이후 다시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식품기업의 원가 부담 감소를 위해 △주요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제 △원료구입 자금 지원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또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업체에는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지만, 인상을 강행한다면 융자금 지원에 차등을 둘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 부처 추진과는 별개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농해수위 간사 이원택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관련 법안은 마련돼 있지만 가공식품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정감사 때 담당자나 참고인 질의 외에 상임위 차원의 공동대응은 아직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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