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뒤처졌던 일본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기반을 닦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연이은 대규모 대(對)미국 투자로 글로벌 AI 패권까지 넘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1일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미국 전역에 첨단 AI 기반 산업단지인 '인더스트리얼 파크' 구상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더스트리얼 파크는 AI 로봇을 활용한 무인 공장 건립을 포함해 제조업의 혁신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산업단지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 산업단지 내 무인공장에서 AI는 수요예측부터 생산라인 설계, 생산, 검수 등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게 된다.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될 가능성도 크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1조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자할 예정인데 이는 1월 오픈 AI와 추진한다고 발표한 '스타게이트' 투자액(5000억달러)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AI 산업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던 일본이 소프트뱅크 주도로 AI 혁신 최전선에 있는 '무인공장'을 짓는 것으로 도약형(Leap-frog) 성장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구 감소로 제조 현장에서의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무인공장을 도입하며 대응을 모색해왔다. 미국 테슬라가 기가 팩토리의 95%를 자동화로 돌리고 있으며, 중국 샤오미는 지난해 베이징 창핑 지역에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스마트폰 공장을 설립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자국에서도 AI 산업단지 건설을 준비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소프트뱅크가 이르면 2026년에 샤프의 오사카 액정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공장을 활용해 AI를 활용한 산업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지난 1월 보도했다. 제조업 뿐 아니라 농·어업과 같은 1차 산업에서도 AI가 성장을 관리하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AI 산업단지 역시 소프트뱅크의 AI 청사진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1월 오픈AI, 오라클과 함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앞세워 AI 인프라 구축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해 실제 사업으로 내놓은 게 바로 첨단 AI를 탑재한 로봇공장인 셈이다.
소프트뱅크의 이런 움직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대응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AI 로봇 활용 공장을 지어 일본이 미국 제조업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관세 인상을 계기로 사업을 키우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빅테크와 협력해 자국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지원하는데 그쳤으나 이제 일본을 넘어 세계 무대로 진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1월 AI 생태계의 절대자 엔비디아의 공식적인 협력 파트너로 낙점되며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의 DGX B200을 사용하는 혜택을 입었다. B200을 사용해 'DGX슈퍼POD'라는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AI 슈퍼컴퓨터를 만들기로 한데 이어 향후 이 슈퍼컴퓨터를 통해 일본향 거대언어모델(LLM)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 산업에서 뒤처진 일본이 경제산업성을 앞세워 'AI 주권'을 찾는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컴퓨팅 자원을 강화하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광범위한 이니셔티브를 구축했다. 미국 빅테크들이 일본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경우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한해서는 저작권 규제도 없앴다. 특히 생성형 AI 부문에서 일본 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는 소프트뱅크에는 슈퍼컴퓨터 정비에 대해 421억엔의 보조금도 결정했다.
기술 체급이 부족한 통신기업이 미국 빅테크와 협력하고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주목되는 흐름이다. SK텔레콤은 검색엔진 기업 퍼플렉시티와 협력해 연내 전세계를 무대로 한 '에스터'를 출시할 것을 밝혔다. KT는 글로벌 클라우드 2위 기업 MS와 5년간 총 2조4000억원을 절반씩 보태 AI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MS의 지원을 받아 아세안(ASEAN) 시장 등 해외로도 AI 솔루션을 확장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AI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이미 소프트뱅크는 연이은 AI 투자계획으로 상당한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칩과 기술력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AI 칩의 경우 Arm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커스텀 칩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기존 AMD의 서버 시장의 점유율을 가져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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