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징 무당벌레가 김효주에게’…“‘아직 할 수 있다’ 증명한 우승”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김효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총상금 225만 달러) 18번홀(파4) 페어웨이에서 공 위에 앉아 있는 무당벌레를 발견했다. 그는 공 근처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무당벌레를 쫓아내려 했다. 경기위원을 불러야 할지 캐디와 의논하던 찰나 무당벌레가 날아갔다.

김효주(사진=AFPBBNews)

골프 경기에서 무당벌레는 ‘행운’의 상징이다. 골프계에는 “무당벌레가 날아와 어깨 위에 앉았을 때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손가락으로 옮긴 뒤 부드러운 입김으로 무당벌레를 보내주면 행운의 여신이 우승컵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이 있다. 이날 무당벌레는 김효주의 어깨 대신 공 위에 앉았고 김효주는 이를 행운으로 여겼다.

김효주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월윈드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포드 챔피언십 연장 1차전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릴리아 부(미국)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무당벌레가 공 위에 앉은 게 좋은 징조였던 것 같다. 조급한 마음이 생겼는데 무당벌레가 계속 공 위에 앉아 있어, 날아가기를 기다렸기 때문에 차분하게 남은 샷을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선두 부와 4타 차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김효주는 마지막 날 8타를 줄이며 부와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이어진 연장 첫홀(18번홀·파4)에서 김효주는 웨지 샷을 핀 왼쪽 2m 거리에 붙여 우승을 예감했다. 부의 5m 버디 퍼트가 홀 왼쪽으로 빠졌고, 김효주가 버디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확정했다.

2023년 10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우승 이후 1년 5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7승 감격을 맛본 순간이다. 김효주는 “마지막 우승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겨울에 열심히 훈련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우승을 차지해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조에서 플레이한 부의 경기가 끝날 때까지 김효주는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지만, 연장전에서 크게 긴장하지 않았고 모든 게 잘 풀렸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와 좋은 궁합도 이어갔다. 김효주는 2014년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2015년 LPGA 투어에 정식 데뷔했고, 데뷔 후 첫 우승인 파운더스 컵 우승을 애리조나 지역에서 해냈다.

우승 상금 33만 7500 달러(약 4억 9000만 원)를 받은 김효주는 LPGA 투어 통산 상금 1000만 달러도 돌파했다. 상금 액수를 1007만 1237 달러(약 148억 원)로 늘렸다. LPGA 투어 28번째 기록이다.

작년 겨울 전지훈련에서 열심히 훈련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샷감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김효주는 “작년 겨울 전지훈련에서 열심히 훈련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샷감을 기대했고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다. LPGA 투어 17개월 만의 우승이라 스스로 매우 기쁘고,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한 듯해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상승 흐름에 좋은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효주(사진=AFPBB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