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포항스틸러스가 조금 늦게 기지개를 켰다. 포항의 상승세를 이끈 건 어린 선수들이고, 유망주를 꾸준히 배출하는 명문의 힘이다.
포항이 라이벌 울산HD를 꺾었다.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를 치러 울산에 1-0 승리를 거뒀다. 리그 2연승을 거둔 포항은 승점 8점으로 리그 6위까지 올라섰다.
이번 동해안더비는 포항의 저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포항은 K리그 초창기에는 물론 울산이 명실상부한 K리그1 강팀으로 올라선 2020년대 이후에도 동해안더비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020년 이후 이번 경기 전까지 리그 상대 전적은 4승 4무 10패로 열세지만, 2021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승부차기 승리나 지난 시즌 코리아컵 결승전 승리 등 중요한 순간마다 울산의 발목을 잡곤 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 저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포항은 울산을 상대로 점유율을 내주는 대신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다. 후반 34분에는 이호재가 문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세컨볼을 밀어넣으며 결승골을 넣었다. 지난 광주FC와 경기 후반 추가시간에 강현제가 극장골을 넣은 데 이어 다시 한번 공격진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최근 포항이 상승세를 타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건 젊은 피가 수혈돼 전체적인 에너지 레벨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2004년생 한현서는 최근 전민광의 센터백 파트너로 나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2연승을 견인했다.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패스 능력으로 포항에 또 한 명의 대형 센터백 탄생을 예고했다. 울산에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한현서가 울산 유소년 출신이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포인트다.
한현서와 함께 이번 시즌 포항 1군에 데뷔한 조상혁도 주목할 만하다. 대전하나시티즌과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전북현대 원정에서는 1-2로 지던 후반 38분 헤더로 동점골을 넣어 팀에 소중한 승점 1점을 선사했다. 이번 울산전에는 이호재와 투톱을 이뤄 뛰어난 피지컬을 활용해 울산 수비진에 부하를 일으켰다. 조상혁이 직접적인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후반 울산 수비진을 몰아붙인 조르지의 활약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강현제도 이번 시즌 마침내 꽃을 피울 채비를 마친 듯하다. 지난 시즌 코리아컵 결승에서 쐐기골을 넣으며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증명했고, 지난 광주와 경기에서도 극적인 결승골로 팀에 시즌 첫 승을 선사했다. 이번 경기는 후반 30분에 조상혁과 교체돼 들어가 역시나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그밖에 울산전 선발 데뷔전을 갖고 팀의 무실점과 전술 변화를 이끌어낸 강민준에 더해 울산과 경기에서 후반 막판 교체돼 K리그1 데뷔전을 치른 2006년생 이헌재까지 등장하며 이번 시즌 포항이 젊은 선수들의 등용문이 될 거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포항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대표적인 클럽이다. 특히 구단이 자랑하는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데뷔하는 선수들이 많다. 상기한 선수 중에는 한현서와 이헌재를 제외하면 모두 포항 유소년을 거쳤다. 포항은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정착시킨 유소년 시스템으로 여러 차례 재미를 봤고, 최근에도 고영준, 이수빈, 김준호, 홍윤상 등으로 포철고 출신 명맥을 이어갔다.
이번에도 위기에 빠진 포항을 구한 건 어린 선수들이었다. 주축 대부분을 지켰지만 시즌 초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포항은 유망주들이 연달아 활약한 덕에 2연승을 거둬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강한 에너지 레벨은 포항 축구의 원동력이며, 지난 시즌 '태하드라마'를 완성시킨 결정적 요소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용광로 쇳물같은 뜨거운 힘이 유망주들과 함께 다시금 끓어오르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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