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선거유세차 下] 튜닝 승인제 ‘무용지물’...단속 사각지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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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선거유세차 下] 튜닝 승인제 ‘무용지물’...단속 사각지대 여전

투데이신문 2025-03-31 13:25: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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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재보궐선거를 진행 중인 A 지역 선거 유세차량들. ⓒ투데이신문
4·2 재보궐선거를 진행 중인 A 지역 선거 유세차량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다가오는 4·2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유세 차량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후보자들은 차량 위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대형 스피커를 통해 정책을 홍보한다.

그러나 선거 열기 뒤에는 심각한 안전 문제가 숨겨져 있다. 불법 개조된 유세 차량이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주체는 사실상 전무하다.

튜닝 승인서를 받지 않은 한 유세차량. ⓒ투데이신문
튜닝 승인서를 받지 않은 한 유세차량. ⓒ투데이신문

유세 차량 불법 개조 ‘무법지대’...규격 초과·번호판 부적절 부착

본지가 A 지역에서 현장을 취재한 결과, 규격을 초과한 유세 차량들이 공공연히 운행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차량은 방향지시등과 번호판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구조물이 돌출돼 후방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다.

해당 차량들의 사진을 분석한 한 자동차 전문 업체 관계자는 “후방 구조물이 돌출된 경우, 번호판과 조명이 반드시 이동해야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며 “차량 길이 제한을 초과한 것도 문제지만, 등화장치가 적절하게 부착되지 않으면 야간 운행 시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5일에 배포한 ‘일시적 튜닝’ 선거유세차 튜닝 제도에 따르면 축간거리가 2640mm인 차량의 경우, 후오버행이 1760mm를 초과하면 튜닝 승인이 불가하다.

하지만 본지 조사 결과, 네 개의 선거 캠프 중 세 곳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유세 차량을 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기준을 초과해 보이는 유세 차량은 튜닝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낮으며, 이 방식으로 심사에 제출되면 거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유세 차량의 튜닝 승인 여부를 문의한 결과, 한 캠프 관계자는 “유세 차량 업체가 튜닝 승인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고 답해 사실상 튜닝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두 캠프는 본지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불법 개조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B 지역의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선거 기간 동안 안전 기준을 초과한 유세 차량을 많이 목격했다”며 “안전 위험이 우려돼 제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B 지역에서 불법 개조가 의심되는 유세 차량은 이미 지자체에 신고된 상태다.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 유세차 업계 관계자는 “짧은 선거 기간을 악용해 규정을 초과한 차량을 운행하고, 처벌을 감수하며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개조된 유세 차량이 주행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리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적재함을 연장하면 차량의 무게 중심이 높아져 균형이 무너지고, 주행 중 흔들림이 커진다”며 “급정거 시 전복 위험이 급증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 확보도 어려워져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유세 차량 전복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이슈가 사그라들고, 다음 선거 때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시적 튜닝 승인서.[사진제공=제보자] 
일시적 튜닝 승인서.[사진제공=제보자] 

튜닝 승인제 있지만...현장에서는 무용지물

불법 개조 방지를 위한 ‘일시적 튜닝 승인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A 지역 한 캠프 관계자는 “튜닝 승인서가 무엇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차량을 확인했고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며 “유세 차량은 대부분 렌트 차량이고, 튜닝 승인은 업체가 받을 문제”라고 답했다.

선관위에서 차량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이는 법적 승인 여부가 아니라 단순한 표지 교부 절차에 불과했다.

이처럼 유세 차량의 튜닝 승인 여부에 대한 혼란은 선거 캠프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에서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문제다. 관계 기관마다 차량 관리 책임이 나뉘어 있어, 현실적으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선거 캠프들은 유세 차량을 제공하는 업체가 합법적으로 개조 절차를 거쳤다고 믿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선관위도 차량 개조 문제를 관리하지 않다 보니 더욱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현재 선관위는 유세 차량의 차량 번호, 기사 인적사항, 음향 출력, LED 사이즈 정보만 확인 후 표지 교부를 할 뿐, 튜닝 승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승인 절차 없이 운행되는 유세 차량이 많지만, 사실상 사후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단속이 어렵다는 실정을 이용해 유세차 업체가 규격에 맞지 않은 차량을 대여했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B 지역의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캠프 측이 이를 몰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유세 차량을 렌트해 준 업체들은 이미 교통안전공단이 전국 유세차 제작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관련 기준을 충분히 안내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보에 따르면 규격에 맞지 않은 차량을 렌트한 업체 역시 이 간담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출처=뉴시스]
해당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출처=뉴시스]

튜닝 승인 누가 확인하나...유세차량 안전 관리 ‘제도적 허점’ 드러나

유세 차량의 안전 문제를 관리해야 할 기관들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선관위, 교통안전공단, 경찰 등 관련 기관들이 책임을 서로 미루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실정이다. 특히 짧은 선거운동 기간과 정당 및 후보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차량이 적법하게 신고되었는지를 확인한 후 표지를 발급할 뿐, 불법 개조 여부나 차량 안전성 검사는 담당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통안전공단도 튜닝 승인서를 발급만 할 뿐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작업 완료 후 촬영된 사진과 계량 증명서를 통해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의 점검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경찰도 단속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B 지역의 한 캠프 관계자는 “유세 차량이 불법 개조된 상태로 운행돼 신고를 해도 실질적인 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경찰이나 지자체가 ‘안전신문고’에 신고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유세차량 불법 개조는 신호 위반처럼 즉시 단속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튜닝 승인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선거철에는 후보자들이 예민하고 주위의 시선도 많아, 단속보다는 준수를 유도하고 시정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단속이 어려운 현실을 인정했다.

짧게는 2주, 길어야 3주인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유세차량은 후보자들의 핵심 선거 도구다. 이 때문에 안전보다 선거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차량을 개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주체가 없어 사고 위험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함께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B 지역 캠프 관계자는 “선관위가 유세 차량 등록 전 튜닝 승인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로는 불법 개조 차량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튜닝 승인 여부 제출을 필수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여전히 법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개인적으로 동감하지만, 규제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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