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유통업계 양대 축인 롯데와 신세계가 ‘오너 책임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년 만에 롯데쇼핑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전면에 나선 가운데 강도 높은 쇄신으로 실적 반등을 이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공격적 행보로 유통가에 새바람이 이는 중이다.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 환경 속 체질 개선과 수익성 회복에 나선 두 그룹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동빈 복귀···유통 재건 직접 챙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에 복귀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임계를 낸 이후 5년 만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사의 사내이사와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 데 대해 “그룹의 한 축인 유통 부문을 책임지고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와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그룹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당부했다. 이번 롯데쇼핑 사내이사 복귀도 유통 본업에 다시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그룹의 근간인 유통업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지만 최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3조9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4731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6.9% 줄었다. 매출은 2021년 15조5811억원, 2022년 15조4760억원, 2023년 14조5559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지난해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리며 그룹 전반이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신 회장의 보수는 올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각 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에서 급여 38억원과 상여 21억7000만원 등 59억7200만원을 받았다. 계열사별 보수 수령액은 롯데케미칼 38억원, 롯데쇼핑 19억6400만원, 롯데웰푸드 26억500만원, 롯데칠성음료에서 34억9300만원 등이다.
신 회장이 5개사에서 받은 보수는 178억3400만원으로 전년(177억1500만원)보다 1억1900만원(0.67%) 늘었다. 아직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은 비상장사인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에서 받은 급여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의 과감한 쇄신···성과로 증명
정용진 회장은 과감한 인적 쇄신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회장에 오른 이후 실적이 부진한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한 데 이어 6월에는 SSG닷컴(쓱닷컴)과 G마켓(지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를 잇달아 교체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골프 등을 모두 중단하고 경영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집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8~9시 퇴근하는 일과가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 1월에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매입하며 보유 지분을 28.56%까지 늘렸다. 이마트 측은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 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지속한 정 회장의 쇄신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471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전년 대비 940억원 증가한 수치로 2132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2603억원으로 전년보다 3072억원 늘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대 악재 속에 전사적 역량을 집결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그룹 측은 강조했다. 정 회장은 성과를 냈음에도 보수를 삭감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이마트에서 급여 19억8200만원과 상여·성과급 16억2700만원 등 모두 36억900만원을 받았다. 이는 2023년 36억9900만원보다 9000만원(2.4%) 줄어든 수치다. 정 회장은 급여는 전년과 동일하게 받고 상여·성과급을 9000만원 적게 받았다.
다만 정 회장이 12년째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책임경영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등기 임원은 회사의 법적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어 등기임원이 부담하는 법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위기 상황에서 오너가 전면에 나서는 행보는 경영 안정성과 실행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미등기 임원 체제가 이어질 경우 비판 여론은 계속될 수 있다. 결국 책임 경영의 성패는 오너의 실질적인 역할과 성과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책임경영이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성과는 물론, 투명한 경영 구조와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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