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고, 트윈X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잖아. 암을 치료하는 약도 만들 수 있고, 그렇다면 불로장생의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인데 벅차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 이 기술이 나쁜 세력에 유출된다면 재앙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저도 그것을 염려해서 선과 악이라는 인성 알고리즘을 융합시켜 놓기는 했지만, 완벽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서 악과 싸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SD로봇이 공개한 영상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자연스러운 팔과 다리의 동작은 물론이고 AI를 탑재한 대응 능력, 안전 장치들이 현존하는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무료할 때 바둑도 같이 두고, 같이 조깅도 하고, 시장도 같이 보고, 정원 정리도 하고, 내가 아플 때 부축도 해주고, 심부름도 해주고, 내가 질문하면 즉각 답을 해주는 스마트 로봇이다.
2020년
한반도를 포위한 전략 핵무기
홍순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올해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북한의 다각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정교한 대비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핵 도발, 무인기 침투, 해킹,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후방 교란 등 북한의 다양한 군사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회의에는 신훈 국방부 장관, 김호식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주요 지휘부가 참석했다.
그다음 날, 러시아 외무부는 ‘한반도의 긴장이 급격하게 고조되는 것은 한미일의 도발적 조치 때문이며,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긴장 속에서 북한의 핵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어 ‘현재 상황 악화의 배경에는 북한 인근에서 핵을 포함한 군사 훈련을 확대하는 미국과 한국, 일본의 도발적인 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중국, 북한의 연합 전선 구축으로 불안해진 미국은 은밀하게 한국의 홍순길 대통령과의 협상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특사로 파견했다.
대통령실에 도착한 힐러리 클린턴 특사는 76세의 나이에도 영부인의 기품을 잃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대통령님.”
“어서 오세요. 제가 어떻게 호칭해야 할지…”
“그냥 미세스 힐러리로 부르세요. 호호호”
“어떻게 퍼스트레이디를…”
“그건 과거지요. 편하게 불러주세요.”
“그럼, 여사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두 사람은 혹시 언제 오나요?”
“지금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들어오게 할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청하와 선아는 비서실장의 안내로 대통령실로 들어갔다.
“황 회장!”
“영부인께서 어쩐 일로… 너무 반갑습니다.”
“나는 지금 특사 자격으로 왔어요. 황 회장의 도움도 필요하고…”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황 회장의 힘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해요. 이분이?”
“네, 제 딸인 황선아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사님.”
“그 유명한 스탠퍼드 천재를 여기서 만나다니… 내가 영광입니다.”
힐러리 특사는 황선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도자기 잔에 담은 작설차가 나오자, 힐러리 특사는 홍순길 대통령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이건 일급 보안을 요하는 상황이라 여기 네 사람만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이제동 비서실장이 자리를 뜨자 힐러리 특사는 진지하게 말을 끄집어낸다.
“아시겠지만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새로 개발된 전략핵무기들이 사용된다면 세계 3차대전이 터질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우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핵탄두의 소형화와 무인 폭격기가 결합하여 지구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이미 한국은 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무슨?”
“여기 황 회장이 러시아가 보유한 핵폭탄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것으로 아는데…”
홍순길 대통령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황 회장의 얼굴을 쳐다본다.
청하도 속으로 내심 놀랐다. 미국이 지밀원의 러시아 조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알아요.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 걸 알지만 워낙 상황이 급박해요.”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나요?”
“현재 러시아가 새로 개발한 전략핵무기인 SAROV9을 무력화시키고 그 기술 정보를 빼 오는 겁니다.”
“어떻게 우리 같은 민간기업이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미국 내에도 지밀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힐러리 특사는 이미 지밀원에 대해 상당 부분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더 이상 모르는 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 상황을 실감하지 못하는 홍순길 대통령은 이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지금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가 한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저는 미국 정부와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홍순길 대통령은 황 회장에게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러시아가 새로 개발한 SAROV9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가공할 위력에 핵의 균형이 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SAROV9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저희가 돕겠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도 폐기하겠습니다. 그 기술은 그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황 회장의 단호한 이야기를 들은 힐러리 특사는 양해를 구한 다음 미국으로 전화하더니 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합시다. 단, 폐기한 증거는 저희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그러면 우리에게는 어떤 보상이 있나요? 이 프로젝트로 상당한 조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데.”
“무엇이든 이야기해 보세요. 세계 전쟁을 막는 일인데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이때 가만히 듣기만 하던 선아가 불쑥 말한다.
“일본의 핵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혹시 아십니까?”
“일본의 핵은 우리가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핵무기를 보유할 수도 없고.”
“저희가 파악한 정보로는 일본도 러시아 과학자들의 도움으로 핵탄두를 여러 개 가지고 있습니다. 숫자도 이미 엄청납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여태까지 일본이 핵실험을 한 정황이 전혀 없었고, 만약 핵실험을 했다면 우리가 모를 리가 없어요.”
“핵실험은 이제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상 실험으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일본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핵물질 추출 기술과 우라늄 농축 기술, 기폭장치 기술을 보유했고, 핵무기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핵전략 폭격기, ICBM, SLBM 개발도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럴 리가?”
놀란 것은 힐러리뿐만 아니라 홍순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CIA와 국정원도 파악하지 못한 것을 이 사람들이 알고 있다니 이걸 믿을 수가 있을까?
[팩션소설'블러핑'127]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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