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관장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끈 아시아쿼터 메가(26·인도네시아)가 코트 안팎에서 다양한 영향력을 뽐내고 있다. 정관장의 우승 도전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 시즌 V리그에 새로 도입된 아시아쿼터를 통해 정관장 유니폼을 입은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는 2시즌 동안 주목받을 만한 활약을 펼쳤다. 첫 시즌에 경기당 평균 21.0점에 공격성공률 44.0%를 기록하면서 팀의 7년 만의 봄 배구에 앞장섰다. 올 시즌에는 한층 더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경기당 25.1점에 공격성공률 48.1%를 마크했다.
메가는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길목인 플레이오프(PO·3전2승제)에서도 빛났다. 3경기 평균 21.7점에 공격성공률 37.4%를 기록하면서 현대건설과 시리즈 승리(3승 1패)에 앞장섰다. 29일 현대건설과 PO 3차전 직후 만난 고희진(45) 정관장 감독은 메가의 활약에 대해 “두말할 나위 없이 대단한 선수다. 부담이 많은 상황에서도 전혀 티 내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잘 해냈다”면서 “메가를 만난 건 제게 큰 행운이다. 저뿐만 아니라 정관장 팀에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메가 효과에 웃는 정관장
메가의 활약을 앞세운 정관장은 13년 만에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메가 효과’는 팀 성적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정관장 흥행에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메가 합류 이후 입장 관중 수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메가 합류 전인 2022-2023시즌에 정관장 홈 경기에는 총 3만4914명의 관중이 찼다. 메가가 이적한 뒤에는 2시즌 연속 4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시즌 4만2750명, 올 시즌 4만732명의 관중이 대전 충무체육관을 찾았다.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증가 폭도 눈길을 끈다. 메가 합류 이전에 구단 유튜브 구독자는 2만7000명이었지만, 이후 33만3000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구단 인스타그램 팔로워의 경우 2만4800명에서 38만8000명이 됐다.
메가 합류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메가의 모국인 인도네시아 팬들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다. 홈 경기장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는 인도네시아 국기가 흔하게 보이고, 히잡을 쓴 인도네시아 여성 팬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정관장 관계자는 최근 본지에 “현장에서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메가가 팀에 합류한 뒤에 인도네시아 팬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많이 보인다. 메가가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없었던 관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방문의 이유가 된 메가
메가는 한국의 스포츠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메가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한국을 찾는 인도네시아 팬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단체로 한국에 방문해 메가의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도 늘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 여행사와 공동으로 스포츠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모객을 진행했다. 관광 상품에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용두산, 동백섬 방문 등을 비롯해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메가의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포함됐다. 메가 경기 관람 일정이 포함된 스포츠관광 상품은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 총 75명이 모객됐고, 이들은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3회 차 동안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메가의 경기를 관람하는 걸 비롯해 한국의 관광 명소를 알차게 즐기고 떠났다.
메가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한국의 매력을 적극 알리고 있다. 특히 메가가 출연하는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활용한 스포츠관광 활성화 캠페인에 대한 인도네시아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0, 11월에 걸쳐 메가의 배구선수 유튜브 브이로그와 한국 스포츠관광 체험 브이로그를 올렸다. 이 브이로그에는 메가의 훈련 모습과 국내 스포츠관광을 체험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인도네시아 팬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브이로그 1편은 33만회 이상, 2편은 22만회 이상 조회수가 나올 정도로 인도네시아 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메가의 인스타그램 내 한국의 모습도 인도네시아 팬들에게는 연일 화제다. 메가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한 유튜브 브이로그 메이킹 스틸컷을 올린 게시물은 좋아요 수 9만개를 돌파했다. 500개가 넘는 댓글 중에는 ‘메가 경기를 보러 한국에 가야겠다’라는 글도 보였다.
◆연맹도 아시아쿼터 활용한 콘텐츠 개발 중
지난 시즌 V리그에 아시아쿼터가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의문부호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느낌표가 됐다. 아시아팬들이 V리그에 유입되는 교두보가 됐기 때문이다. 프로배구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최근 본지에 “아시아쿼터를 도입한 뒤 아시아 팬들이 한국 배구 경기장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SNS 조회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국적의 배구 팬들이 V리그를 즐기고 있다. 아시아쿼터 시스템의 좋은 선순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맹은 제2의 메가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외 팬들이 아시아쿼터 선수들과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계획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출연하는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어서 팬들이 V리그에 유입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동남아시아 자막도 추가하는 등 노력 중이다”라면서 “배구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팬들은 눈을 잘 못 본다. V리그 경기 관람과 함께 눈이 오는 한국의 겨울과 스키장, K-팝 등을 묶어 여행 상품을 만들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여행사와 여행 상품 관련을 논의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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