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글로벌 해운업계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다시 부상하면서 전 세계 물동량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변수 등이 겹치며 해운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64.13포인트 오른 1356.88을 기록했다. SCFI는 1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다 11주 만에 반등하며 다시 1300선을 회복했지만, 트럼프의 관세정책, 미중간의 갈등으로 인해 운임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달 2일부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교역 위축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해당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2026년 국내 수출입 물동량이 올해보다 5~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운업계는 관세 확대가 실제 수출입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수들이 워낙 많아 운임 흐름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실적 전망에서도 그 불확실성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약 1조90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3조5000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HMM의 실적 감소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이 중국 견제를 강화하며 글로벌 교역량 감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방안에는 중국 선사가 보유한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경우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 중국 선사 소속이 아닌 경우에도 중국산 선박에는 최대 150만달러(약 22억)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국내 1위 해운사인 HMM은 이번 조치로 오션얼라이언스와 COSCO가 담당하던 미국행 화물을 일부 추가로 유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주 입장에서는 입항 수수료가 운임에 반영되는 만큼, 중국 해운사를 선택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해운 분석기관 라이너리티카에 따르면, COSCO가 보유한 선박의 약 60%가 중국산인 반면, HMM은 2%만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시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중국 선박에 대한 수수료 부과가 시행된다면 미국 내 물류비 상승으로 자국 산업과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미국 내 무역단체와 업계는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렇듯 복합적인 대외 변수 속에서 HMM은 컨테이너선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선종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탱커선, LPG선, 벌크선 등을 보유한 SK해운 인수를 추진하며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단기적인 경기 조정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산업 구조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선대 운영 전략 재편과 물류 체계 강화, 신규 시장 개척 등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구교훈 한국물류사협회 회장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항공운송, 터미널 운영, 계약물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해운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데 비해, HMM은 여전히 컨테이너 해운 중심에 머물러 있어 시황 악화 시 수익을 방어할 마땅한 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흐름을 보면 해운 시장은 점차 나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본격적인 불황이 오기 전에 물류 전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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