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타수 0안타, 그런데 동료 선수 격려했다니…플로리얼 혈 뚫렸다, 이제 진가 드러나나 [대전 현장]

(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길었던 무안타의 터널을 벗어난 뒤 2경기 연속 타점을 올렸다. 이제 '진짜' 플로리얼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걸까.

한화는 2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7-2 승리를 거뒀다. 이날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플로리얼은 3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4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시범경기에서 8경기 20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였던 플로리얼은 정규시즌이 되자마자 침묵에 빠졌다. 그 침묵은 생각보다 더 길어졌고,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안타 하나 없이 볼넷 2개와 1타점 만을 기록했다. 잘 맞은 타구도 나왔지만 정면으로 가거나 파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15타수 무안타로, 타율은 0.000. 이때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꼴찌일 수밖에 없었다.

27일에도 좀처럼 안타 신고를 하지 못했다. LG의 5선발 송승기를 상대로 첫 타석에 2루수 땅볼, 두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었다. 17타수 무안타를 찍고 나서야 플로리얼의 정규시즌 첫 안타가 터졌다.

한화가 0-2로 끌려가던 9회초,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한화는 3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스윕패를 당하는 상황이었다. 3연전 기준 무득점 싹쓸이패는 KBO 역사에서도 단 세 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불명예. 그런데 1사 후 김태연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문현빈의 투수 땅볼로 만들어진 1사 2루에서 플로리얼이 우전 적시타를 치고 1-2를 만들었다. 

이후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아 한화는 그대로 패했지만, 플로리얼의 첫 안타가 적시타로 나왔다는 점, 한 점이라도 내면서 가까스로 3경기 연속 영봉패를 막았다는 점에서 한화로서는 의미가 있는 안타 하나였다.



첫 안타를 신고한 플로리얼은 28일에도 결정적인 안타를 쳤다. 한화가 0-2로 끌려가다 7회말 3-2 역전에 성공했고, 계속된 2사 만루 찬스에서 플로리얼이 바뀐 투수 이준영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이 안타로 점수를 벌린 한화는 8회말에도 2점을 추가하고 신구장에서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 후 플로리얼은 "오늘 만루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공격이 이어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오랜 무안타를 털어낸 부분에 대해서는 "팀원들은 항상 날 응원해줬고, 내 옆에 와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면서 "안타보다 팀이 이기는 게 더 좋다. 안타를 치든 못 치든, 팀이 이긴다면 만족스럽다"고 얘기했다.

정작 플로리얼은 본인이 안타 신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다른 선수들이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고 응원했다고. 이날 홈런을 친 김태연도 그간 잘 맞은 타구가 족족 수비수 정면으로 향하며 고개를 떨군 날이 많았다. 외국인 선수들과 특히 막역하기도 한 김태연은 "내가 딱히 챙겨준 건 없고, 플로리얼이 내 멘털을 챙겨주더라"라고 전했다.

김태연은 "잘 맞은 게 다 잡히고 그래서 짜증내니까 플로리얼이 오히려 '괜찮다, 잘하고 있다, 나올 때 나온다' 그렇게 말해줬다"면서 "플로리얼도 누구보다 간절했을 거다. 플로리얼이 안타를 쳐서 나도 기분이 좋다"고 미소지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대전, 박지영 기자 


조은혜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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