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 산불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3월 28일 오전 5시 기준, 평균 진화율은 85%다. 그러나 진화율 수치와 달리 현장 상황은 여전히 숨 막힌다.
주민 사망자는 22명, 헬기 조종사와 산불감시원을 포함하면 총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택 2221채를 포함해 총 2412개소, 2411동의 건물이 불탔다. 가옥과 생명이 사라졌다. 헬기와 장비는 밤낮 없이 움직이고, 진화 인력은 교대를 반복한다. 하지만 정작 소방대원들에게 돌아간 건 초라한 한 끼였다.
25일, SNS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소방관 저녁밥’이라는 태그가 붙었다. 사진 속에는 일회용 그릇 두 개. 하나에는 밥을 말은 미역국이 담겨 있었다. 다른 하나엔 콩자반 몇 숟갈과 김치 약간. 식탁도 없다. 방바닥에 놓인 채였다.
누리꾼은 설명을 덧붙였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불 끄고 돌아온 소방관의 저녁밥이다. 진수성찬은 바라지도 않는다. 백반 한 그릇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냐.”
반응은 뜨거웠다. “교도소 밥보다 못하다”는 말부터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인데 최소한 밥은 제대로 줘야 하지 않냐”는 반응까지 이어졌다. 연예인들도 기부를 이어가고 있는데, 현장 지원은 왜 이 지경이냐는 의문도 나왔다. 지켜보는 이들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의용소방대 활동 중이라는 한 누리꾼은 “사진만 보면 부실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 소방관들은 밥을 천천히 먹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빨리 먹고 다음 교대 들어가야 한다. 간단한 식사가 오히려 맞을 수도 있다. 일부러 그런 대접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현장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헬기 50여 대, 소방 인력 수천 명이 동원된 대규모 진화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땅은 검게 그을렸다. 산 중턱은 폐허처럼 변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무전기가 울리고, 사람들은 물을 뿌린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땀이 흘러내린다.
문제는 그 안에서 버티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다. 사진 한 장에 담긴 건 단지 미역국 한 그릇이 아니었다.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러면서도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하루는 왜 늘 이렇게 가벼워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끼 식사에도 무게가 있다. 산불을 끄고 돌아온 사람의 밥상은 누군가의 생명선과 맞닿아 있다. 그만큼 무겁고 단단해야 한다. 무너지지 않게 받쳐줘야 하는 시간. 그걸 보여준 건 불길 속 이야기가 아니라, 말없이 바닥에 놓인 그릇 두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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