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이미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전통제약사들까지 잇달아 참전하며 내수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해외진출’과 ‘적응증 확대’가 과열된 경쟁 구도의 대안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비상장사 이니바이오를 약 400억원에 인수하면서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니바이오 인수를 의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녹십자웰빙은 이를 위해 약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발행한다.
이러자 업계는 시장 과열에 대비해 활로를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국내 시장은 규모에 비해 과도한 수의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라 판단, ‘해외 진출’을 통해 숨을 돌리려는 구상이다. 동시에 ‘적응증 확대’로 수익 다각화를 도모, 이익률 제고에 나선다.
업계는 내수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인 가운데 더욱 과열되는 중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으로 평가된다. 반면 진출 기업은 20여곳으로 시장 규모 대비 너무 많은 수의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바이오 기업들이 시장의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제약사들도 잇달아 참전 소식을 알려온 점도 시장과열에 대한 기업별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난해 종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 밝힌 데 이어 동국제약과 GC녹십자도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이 같이 경쟁이 과열되는 이유로는 ‘가성비’가 꼽힌다. 보통 신약개발을 연구개발(R&D)하는 데는 글로벌 12개 상위 제약사를 기준으로 평균 10~12년의 기간과 약 21억68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보툴리눔 톡신은 균주만 확보된다면 지속 배양이 가능하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건 단연 실적에 있다. ‘톡신 3사’로 불리는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가 선례를 남겼다. 이들은 지난해 각자 보툴리눔 톡신을 앞세워 유의미한 해외 성과를 거두면서 동시에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을 갈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업이익률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영업이익이 1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 영업이익률도 18% 상승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연매출 186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 성장했고 미국 내 2위로 안착했다.
휴젤도 영업이익 166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41.2%나 뛰어오른 수치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 부문에서 전년 대비 20.2% 성장한 20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매출도 전년 대비 39.6% 성장했다. 상반기 내 미국 출시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디톡스는 영업이익이 321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성장했다. 메디톡스 또한 기존 최대 실적을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메디톡스는 주력제품 메디톡신, 이노톡스, 코어톡스 등을 해외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계열사 뉴메코는 ‘뉴럭스’를 출시해 페루·태국에서 허가를 받아냈다.
적응증 확대도 향후 보툴리눔 톡신의 수익성을 다각화시킬 카드로 여겨진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의 적응증은 경부근긴장이상, 겨드랑이 다한증, 방광기능 장애 등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적응증이 최대 800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의 전략과도 부합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용이 90%에 육박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치료용 보툴리눔 톡신이 전체 시장의 5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톡신 3사를 비롯한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적응증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적응증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에서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를 통해 ‘나보타’의 경부근긴장이상 임상 2상을 마쳤고, 만성 편두통 치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위 마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삽화성·만성 편두통 등도 확대 후보로 여겨졌다.
휴젤은 국내 최초로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3대 시장에 모두 진출한 ‘보툴렉스’의 적응증 확장을 위해 국내에서 과민성방광, 경부근긴장이상, 양성교근비대증 등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미간주름 적응증 품목허가를 받기도 했다.
메디톡스도 ‘메디톡신’의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간주름 외 외안각주름, 뇌졸중 후 상지경직, 소아뇌성마비 첨족기형, 양성 본태성 쌍꺼풀 경련, 경부근 긴장이상 등의 허가를 받았다. 중국에서는 미간주름, 본태성 눈꺼풀 경련을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로, 후발주자들은 대부분 미국 진출을 노리고 뛰어드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10여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신약개발과 달리 균주만 있으면 계속 생산 가능하다 보니 이익률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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