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돼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이재명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 때문이다.
2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 지지율은 34%로 2위인 여권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8%)을 4배 이상 앞질렀다. 김 장관을 포함해 여권 내 빅4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지지율을 합쳐도 이 대표 한 명에게 15%p 가량 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의존해 온 전략에서 ‘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를 통해 조기 대선을 피해야 한다’는 전략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탄핵이 부당하다’는 기존의 여권 강경파에 더해 탄핵 찬성파인 친한계와 중립성향 인사들까지 ‘탄핵 불가’를 주장하며 가세한 모양새다.
“더 강해진 이재명, 조기대선 피해야”…친한계, 일제 ‘탄핵불가’ 목소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측근인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닥터 스트레인지는 1600만분의 1로 타노스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을 계산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대선을 치른다면 정권을 지킬 확률은 그 보다도 낮다”고 밝혔다.
또한 “현 시점에서는 면죄부를 받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탄핵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간도 벌어야 한다”며 “그 사이 대법 판결도 받아보고, 위증교사와 같은 다른 재판 결과도 받아볼 수 있다. 이재명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적었다.
친한계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오늘이라도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신속하게 탄핵을 기각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민주당은 앞에서는 신속하게 ‘파면 선고’를 하라고 겁박하고, 뒤로는 마은혁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압박하며 앞뒤 안 맞는 행동을 하고 있다”이라며 “이쯤 되면, 안 봐도 알 수 있다. 탄핵 인용에 필요한 6명을 확보하지 못한 문형배 권한대행이 퇴임 직전까지 선고를 질질 끌 심산인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7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헌재는 빨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선고하고 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지금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헌재의) 상황이 이미 탄핵 인용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탄핵을 기각해야 될 상황이라고 본다”며 “그렇다면 빨리 선고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기각을 통해 조기대선을 피해야 한다는 기류는 당 공식입장에서도 읽히고 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신중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 심판 과정에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된 만큼, 신속함을 이유로 법적 판단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한 선례를 남길 뿐”이라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로 이재명 못 꺾어…정신 똑바로 차려야”
사법리스크를 덜어 낸 이재명 대표를 이기기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7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에 출전하더라도 사법리스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이재명하고 붙으면 우리가 수월하게 이길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전략을 짰다”며 “지금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리스크를 상당 부분 털어냈고 정치적으로 더 강해진 이재명이 등장했다”며 “이재명이라는 존재를 현실로 인정하고 사법리스크가 아닌 다른 걸로 꺾을 수 있는 방안이 뭔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무죄 선고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의원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다. 사법부조차 진영논리로 재판 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잘 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범죄자와 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더 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재명 늪에 빠졌다. 발상을 전환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며 “판사에 기대어 대선 하지 말고 국민을 믿고 차기 대선에 임하는게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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