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과연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은 자신을 나치에 비유하는 말을 농담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해리 래드냅 전 감독이 최근 한 자선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농담하다 나온 발언을 보도했다. 래드냅 감독은 한때 잉글랜드 축구계를 대표하는 유명 감독 중 한 명이었다. 본머스, 웨스트햄유나이티드, 포츠머스, 사우샘프턴, 토트넘홋스퍼 등을 지도했다. 퀸스파크레인저스 감독 시절 한국 선수 박지성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지난 2017년을 끝으로 감독직에서는 은퇴한 상태다. 현재 78세다.
래드냅 감독은 최근 잉글랜드 대표팀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에 대한 농담을 했다. 독일인 투헬 감독이 선임됐는데, 양국은 축구뿐 아니라 국가감정 측면에서도 라이벌 의식이 있다.
“솔직히 투헬은 독일 스파이라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우리를 망치려고 파견된 인물이다. 전쟁 당시 ‘우리 나치가 너희 영국을 상대로 또 승리했다’라고 선전하던 호호 경 같은 인물 아니냐”라는 발언이 농담의 시작이었다. 호호 경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편에서 영국 대상으로 선전방송을 하던 대표적인 인물 윌리엄 조이스를 뜻한다.
농담에 대해 청중이 폭소를 터뜨리고 반응이 좋자 래드냅은 상황극까지 이어갔다. 독일에서 “가서 그 팀을 망치고 와라”라는 지시를 받은 뒤 투헬이 “야(ja)”라고 독일어로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나치식 경례를 하듯 한 팔을 쭉 뻗었다. 이번에도 폭소가 터졌다.
이 발언은 상황에 따라 농담으로 볼 여지는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농담이라는 걸 확실히 한 상황에서는 선을 넘는 발언을 일부러 던지는 코미디언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투헬 감독도 농담으로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래드냅의 농담은 투헬의 잉글랜드 데뷔에 앞서 나왔다. 투헬은 잉글랜드를 지휘하며 알바니아를 2-0, 라트비아를 3-0으로 꺾어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기본적으로는 잉글랜드인들이 외국인 감독에게 갖는 반감에서 출발한 농담이라고 볼 수 있다. 잉글랜드는 20세기까지 외국인 감독이 한 명도 없었다. 21세기에 스벤 예란 에릭손, 파비오 카펠로, 투헬까지 3명이 전부다. 선임 당시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는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별명)이 독일인에게 도박을 건 어두운 날”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축구협회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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