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강타한 최악의 산불에 ‘동해안 더비’ 앞둔 포항은 뒤숭숭, 송라 클럽하우스 소개 대비도…K리그, 마지막까지 상황 체크

영남권을 강타한 초대형 산불의 확산세에 K리그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예정된 포항-울산의 K리그1 라이벌전은 산불 피해지역과 가장 가까운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국이 초대형 산불로 근심하고 있다. 특히 영남권의 피해가 크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을 지나 영덕까지 번지면서 일대가 초토화됐다. 곳곳에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음에도 희생자와 피해자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와 소방 당국이 모든 역량을 산불 진화에 총동원하고 있음에도 확산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건조한 날씨, 시시각각 방향이 바뀌는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산불이 여러 곳으로 번져 진화가 쉽지 않다. 오히려 확산 속도가 대단하다. 22~25일 위성을 활용한 열 탐지 결과, 산불의 속도는 시간당 평균 8㎞ 이상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을 넘어선 국가적 재앙 사태에 여러 지역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창원시는 진해군항제를 축소 개최하기로 했고, 다음 달 2일 열 예정이던 불꽃쇼를 취소했다. 그 대신 주요 공식 행사 전에 묵념으로 희생자를 애도하기로 했다.

프로스포츠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주말 경기를 앞둔 K리그가 산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포항 스틸러스가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오랜 맞수 울산 HD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가장 근접한 장소에서 치러지는 경기다.

최대한 차분히 경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평소와 같을 수 없다. 포항 선수단이 머물고 훈련하는 송라 클럽하우스 주변에선 26일 오전부터 탄내가 감지됐다. 실제 송라는 산불 피해지역 중 하나인 영덕과 맞닿아 있고, 포항시도 송라면 일대에 주민 대피를 명령한 상태다.

이에 포항 구단은 최악의 상황에까지 대비해 클럽하우스 소개 및 대체 훈련장 확보 등의 자체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다만 당장은 실행에 옮기지 않았고, 경기일자 변경 역시 현시점에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포항 구단은 산불감시단 등 소방 당국과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구단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경기 당일까지 추이를 살피면서 신중하게 경기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K리그 관계자는 “워낙 예민하고 민감한 상황이다 보니 빠르게 결론을 내릴 형편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산불 사태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K리그 규정에는 악천후와 경기장 등 시설 문제, 관중 소요 등의 긴급 사유가 발생할 시 경기감독관이 킥오프 직전이라도 심판진과 의견을 나눠 경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