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엿새째 맹위를 떨치며 5개 시·군을 집어삼키고 있다. 27일 산림당국은 진화 헬기 79대와 인력 4천635명, 장비 693대를 총동원했지만, 초속 15m의 강풍과 21~22도의 높은 기온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동부권 화기를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비마저 예상 강수량 5mm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보됐다. 당국은 "서쪽에서 유입된 강수대가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약해졌다"며 "비가 오더라도 양이 적어 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번 비 이후 다음 강수 예보는 4월 초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산불은 시간당 8.2km라는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불티가 민가와 산림에 동시에 떨어져 새로운 화재를 일으키는 비화 현상이 계속되면서 진화율도 급격히 떨어졌다. 24일 71%까지 올랐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은 50%대 초반으로 하락했고, 영덕은 10%, 영양은 18%에 그치고 있다.
피해 규모도 심각하다. 산불영향구역은 3만3천204ha로, 이는 2000년 강원도 동해안 산불 피해(2만3천794ha)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인명피해도 속출해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9명 등 총 22명이 사망했으며, 의성에서는 진화 헬기 추락으로 70대 조종사도 숨졌다.
재산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택과 공장 등 2천572건의 건축물이 피해를 입었다. 영덕에서는 어선과 양식장이 불에 타고 전 지역 통신이 두절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도 불에 탔으며,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의 천년고찰 대전사도 위험에 처해있다.
현재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에서 3만3천89명의 주민이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안동의 한 주민(72)은 "집이 잿더미가 됐다"며 "마을 중에 우리 집 피해가 가장 크다"고 호소했다.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야산에서 시작된 불이 동쪽으로 80km 떨어진 영덕까지 번진 상황에서, 남풍과 남서풍이 불 경우 동해안을 따라 울진 원전단지와 금강송 군락지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림당국은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불 진화에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모두서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