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지연되면서, HD현대(267250)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 인사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영입한 법조계 등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두고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논란의 핵심 인물은 고흥(사법연수원 24기) 전 울산지검장이다. 그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울산지검장으로 재직하며, HD현대중공업(329180)의 KDDX 관련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3급 군사기밀로 분류된 KDDX 핵심 설계 문건을 포함해, 특수침투정·장보고-Ⅲ 관련 자료 등이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유출된 중대한 사안이었다. 재판부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기밀 문건을 불법 촬영·수집해 회사 내부 서버에 올린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2023년 11월 전원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0년 2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HD현대중공업 직원 13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울산지검에 송치한 이후 약 7개월 동안 기소가 지연됐다. 울산지검은 같은해 9월이 돼서야 9명을 기소하고 3명을 기소유예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5월에는 KDDX 기본설계 사업 입찰 공고가 발표됐고, 8월에 HD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이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검찰이 기소에 7개월이나 소요하지 않았다면,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HD현대중공업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사업에서는 개념설계를 한화오션(042660)이,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현재 KDDX 사업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데,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전력을 고려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기본설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사건을 지휘했던 고 전 울산지검장이 작년 6월 HD한국조선해양 준법경영실장(사장급)으로 선임되면서,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수사 과정에 직접 관여한 인사를 관련 기업이 고위직에 앉힌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해 3월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HD한국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인물로, 여러 정부 부처와 군·정보기관 간 협력을 조정하며 국가 안보 전략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국가 방위와 안보를 총괄하며 주요 군사·방산 정보를 보고받는 핵심 직책이다.
조선·방산 분야 경력이 없음에도, 당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제재 심의를 불과 3주 앞둔 시점에 전격 합류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 전 실장 합류 직후 열린 방사청 제재 심의에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 자격 제한 없이 '행정지도' 수준의 경고 조치만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 결정이다"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이 외에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3년 10월 김종배 예비역 육군 중장을 특수선사업부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해군 함정을 제작하는 회사임에도 무관한 경력의 육군 장성을 영입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방부와 방사청 주요 인사들이 모두 육군 출신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의 HD현대 계열사들 인사는 법적·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방위 산업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시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DDX는 우리 해군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인데,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은 HD현대중공업이 책임 있는 조치보다 로비성 인사에 집중하는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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