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몇 년 사이 영입한 법조계 등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두고 도덕성과 공정성을 중요시해야 할 '방산회사로서의 윤리'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A씨다. A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울산지검장으로 재직하며,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관련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해당 사건은 3급 군사기밀로 분류된 KDDX 핵심 설계 문건을 포함해, 특수침투정·장보고-III 관련 자료 등이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유출된 중대한 사안이었다. 재판부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기밀 문건을 불법 촬영·수집해 회사 내부 서버에 업로드한 사실을 인정하고, 2023년 11월 전원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20년 2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HD현대중공업 직원 13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울산지검에 송치한 이후 약 7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기소가 지연됐다. 울산지검은 같은 해 9월에 이르러서야 9명을 기소하고 3명을 기소유예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5월에는 KDDX 기본설계 사업 입찰 공고가 발표됐고, 8월에 HD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이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방산업계에서는 검찰이 기소에 7개월이나 소요하지 않았다면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결과는 달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당 사건을 지휘했던 A씨가 2024년 6월 HD한국조선해양 준법경영실장(사장급)으로 선임되자, 수사 과정에 직접 관여한 인사를 관련 기업이 고위직에 앉힌 것에 대해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24년 3월에는 B씨가 HD한국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B씨는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인물로, 여러 정부 부처와 군·정보기관 간 협력을 조정하며 국가 안보 전략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던 바 있다. 국가의 방위와 안보를 총괄하며 주요 군사·방산 정보를 보고받는 핵심 직책이다. 조선·방산 분야 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제재 심의를 불과 3주 앞둔 시점에 전격 합류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B씨의 합류 직후 열린 방위사업청 제재 심의에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 자격 제한 없이 '행정지도' 수준의 경고 조치만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2023년 10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예비역 육군 중장인 C씨를 특수선사업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해군 함정을 제작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무관한 경력의 육군 장성을 영입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주요 인사들이 모두 육군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로비를 노린 영입'이란 의혹을 피할 수 없는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HD현대 계열사들의 최근 인사는 법적·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방위 산업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DDX는 우리 해군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인데,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은 HD현대중공업이 책임 있는 조치보다 로비성 인사에 집중하는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근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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