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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산불은 25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고령 주민의 피해가 늘어났다. 이동과 거동이 쉽지 않은 고령자들은 강풍을 타고 온 불길을 피할 새도 없이 맞닥뜨리고 사망한 이들도 있었다. 영덕에 사는 60세 이모 씨의 부모님도 화마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2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영덕전문장례식장에는 80대 부부의 빈소가 차려졌다. 아들 이 씨는 “불이 나서 남들 구하러 갔다가 정작 내 부모는 챙기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화물차 운전자인 이들 이 씨는 전날 오후 6시쯤 재난 문자를 받고 곧바로 영덕군민운동장으로 달려가 대피 차량들을 안내했다고 한다. 그는 수년째 교통 안내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성에서 불길이 영덕읍으로까지 번졌고, 이 씨 아내가 오후 10시쯤 부모님 댁으로 달려갔을 땐 이미 불길이 집을 쓸고 간 뒤였다. 이 씨의 부모님은 오후 10시에 울린 대피령을 듣고 산불을 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50m 떨어진 인근 밭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씨는 “90세 가까운 노인인데도 아버님은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 짊어지고,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에 갈 정도로 활력이 넘치셨다”며 “부모님 유언도 못 듣고 보낸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이 씨 부부 외에도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한 요양시설 직원 2명이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 4명과 함께 차를 타고 대피하다 불씨가 차량에 옮겨붙어 폭발해 3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26명이 사망했으며, 중상 8명, 경상 22명으로 파악됐다. 이번 산불로 인해 3만 6009㏊에 달하는 산림이 불에 탔으며, 주택 117곳을 포함해 총 325곳의 시설물이 전소됐다.
대피 인원 3만 7185명 중 의성·안동에서만 2만 99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중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1만 670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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