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주요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제조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 부과를 공식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내달 2일부터 발효된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 산업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자동차뿐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 파워트레인, 전장부품 등 주요 부품에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혀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전체 자동차 수출(707억8900만달러)의 약 49%(347억4400만달러)를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멕시코, 일본, 캐나다에 이어 미국 시장 내 네 번째 자동차 수출국이다. 특히 다음달 2일 발표될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생산 확대 전략을 내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향후 4년간 미국에 약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100만대에서 120만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규모를 20만대 확대하고, 루이지애나주에는 차량용 철강 생산을 위한 제철소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미국 현지생산 확대 전략은 관세 피해를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생산이 증가한 만큼 국내 공장 생산량과 수출 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국내 부품업체들의 수출 감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부품업체의 수출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 국내 부품사들은 수출 감소와 미국 현지 설비 투자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만큼 미국 정부로부터 낮은 관세율 적용이나 관세 유예 등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지 생산 확대가 국내 제조기반과 부품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이번 미국 투자가 관세 피해를 일정 부분 줄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미국 현지에서 철강부터 완성차까지 생산이 확대되면 국내 부품 수요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신속히 미국 행정부와 협상 채널을 구축해 부품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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